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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 다른 특성, 성격,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첫번째는 문헌조사입니다. 논문과 학회지를 끊임없이 읽어내야 하는데, 이 방향이 큰 줄기에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번째는 과거를 향하는 방향성입니다. 내가 하고있는 연구와 연관된 주제들의 근원을 찾아가면서 거꾸로 추론해가는 겁니다. 어떤 사건들이 있었고, 어떤 역사적인 발견이나 발명이 있었고. 이 '사건'에는 참고로 학문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 사건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 즉 학자들과 정부사람들 등의 주변인들간의 실제적 인간관계를 포함됩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때 수많은 논문을 읽는데, 어떤 논문에서 제시되는 결과의 방향이나 방법론들을 '얼마나 믿느냐' 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연구를 해보신/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게 무슨 소린지 아마 눈치채셨을 겁니다.

 

이 '실제적 인간관계'를 되짚어 갈 때, 비로소 어떤 논문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의 지표가 서게 됩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 중 가장 잘못된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라는 이미지인데,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미국에서 몇년 살았는데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면, 아직 그 레벨까지 도달하지 못한겁니다. 본인이 사는 곳만 정의로울 것이라는 것 자체가 편협한 사고방식의 반증이겠지요.

 

따라서 어떤 특정 주제에서 조금 더 넓은 카테고리의 논문을 과거로 방향을 돌려서 읽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그 분야 연구자들 (교수급) 이 쓴 리뷰논문이나 dedication 같은 류의 글들이 있다면 반드시 여러 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이것은 실험을 하는 행위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두번째는 당연히 현재에서 미래로의 방향입니다. 

여기에는 노력보다 재능이 좀 더 중요한데,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어떤 '예측'을 어릴때부터 작은 규모에서 중규모 대규모에 이르기까지 잘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볼 때, 특별한 노력 없이도 이 현상의 전후관계와 주변현상까지 한 번에 파악하고, 그 흐름에서 다음 단계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즉, '영감' 의 차이입니다. 예시를 하나 들자면 어떤 반짝거리는 불빛들로 장식된 거리가 있다면, 이 부류의 소위 재능어*들은 여기서 장식된 패턴과 점멸의 패턴을 봅니다. 그리고 어떤 타입의 전구가 사용되었는지, 다른 타입의 전구들이 몇 퍼센트로 분포하는지, 더 심하면 나아가 여기에 사용되는 전력량과 운영비까지도 생각하는데, 이걸 뭔가 애를 써서 '이걸 생각해야돼!' 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런게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흘러들어오는겁니다. 실화입니다 참고로. 그냥 한 번 슬쩍 보면 알아서 그런 생각들이 떠오른다는군요. 이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데 어이가 없을 정도의 능력을 보입니다.

 

어차피 타고난 것들은 다 불공평하고, 그것을 평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존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앉아서 나의 없는 재능을 한탄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저기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이 바로 빅저널의 연구논문과 리뷰, 그리고 트렌드, 숏페이퍼 등을 꾸준히 읽는겁니다. 거기서 대가들의, 그리고 선두주자들의 사고하는 방향과 방법을 조금씩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통해 뇌를 훈련시킬 수 있고, 그를 통해서 어느 정도 저 재능어들을 추격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노력하는 범인은 노력하는 천재를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그걸 먼저 인정하는 것이 성장하는 조건인데, 이를 인정한다고 해서 내 세상이 무너지는 일은 없습니다. 단지 마음이 쓰릴 뿐이겠지요.

그러나 모든 비난과 탓은 나를 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발전하고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 탓, 나라 탓, 정부 탓, 남 탓, 학계 시스템 탓 백날 해봐야 변하는 건 없고 패배감만 늘어갑니다. 그 시간에 나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개선시키는 데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이 두 번째를 착실히 해내어 박사과정 동안 그 눈을 가지게 될 수 있다면, 앞으로 연구든 뭐든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예비 연구자분들, 그리고 현직 연구자분들, 박사과정들, 대학원생들의 건투를 빕니다.

 

 

*: ~러 는 두음법칙에 맞지 않으므로 나는 ㄹ 받침이 아닌이상 러를 쓰지 않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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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학사,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Mechanical Science & Engineering 풀펀딩 PhD 오퍼를 받으셨습니다.

 

대학생활 전반에 걸쳐 열심히 살고 준비하셨던 분입니다. 좋은 결과를 받으셔서 저도 즐겁습니다.

 

삶은 본래 힘듦과 고통의 연속입니다. 누구나 다 스스로의 문제와 약점, 그리고 강점을 지니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내고 어떻게 발전시키는가는 여러분의 20대와 30대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의 삶은 강점보다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와, '스스로의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했는가' 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약점을 극복하는 데에서 보다 더 많은 깨달음과 각성을 이루어내기 때문입니다.

 

세상도, 삶도, 모두 다 불공평함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걸 나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바꾸어내는 과정에서 사람이 성장하고 위대한 존재가 되어가는 겁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불공정을 수용하고 사랑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 또한 고난으로 얼룩진 10대와 20대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저를 잘 아는 누군가는 그 정도는 고난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제 바닥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고, 애당초 고난의 기준은 모두 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고민일수도, 또 한편으로는 어마어마한 고통일 수도 있을겁니다.

 

핵심은, 불평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되게 만들 수 있을까' 를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시도는 한두번으로는 잘 되지 않습니다. 될 때까지 하는 겁니다.

 

미국 생활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고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난은 대체로 지나고 보면 엄청난 축복입니다.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모두 이 고난을 받아들이고 버텨내어 장점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길 바랍니다.

 

이 분의 미국생활을 응원하며, 박사과정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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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Information & Interaction Design 학사,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 Computational Media PhD 풀펀딩 + 추가적인 좋은 오퍼로 합격하셨습니다. 원하던 교수님과 원하던 연구를 하게 되셨다는 소식을 전해오셨습니다.

 

다소 비범한 배경을 지니신 분이라, 이 분과 나눴던 대화 및 유학컨설팅 가운데에서 제가 영감을 받은 것도, 배운 것도 많았던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역시 배움에는 나이가 아니라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뛰어난 분들이 유학을 많이 나가는 것 자체도 제가 이 유학컨설팅 비즈니스를 하는 것 외에 또 한 가지 좋은 점입니다. 미국에 나오기 전에 제가 세상을 보던 눈과, 미국에 나오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왜 그렇게 옛날 우리 선조들이 세상에 이름을 떨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문화 전쟁의 시대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땅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작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에는 이러한 정신적인 부분들이 이어져 내려온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알게 모르게 여전히 한국을 낮잡아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 일본, 인도, 그리고 종국에는 미국보다도 뛰어난 실력과 영향력을 지녀야 합니다.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지는 미국에 나와서 타국인들과 대화를 하고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면 깨달으실 수 있을겁니다.

 

올해 유학컨설팅은 유독 더 우수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학벌에 관계없이 퀄리티가 워낙 뛰어난 분들이었어서, 결과가 딱히 놀랍지는 않다 하겠습니다.

 

모두의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분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축하를 전합니다.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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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강의했던 과목의 마지막 섹션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묶어서 '내가 대학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라는 이름의 서브토픽으로 막강을 진행했었는데, 이 강좌를 준비하면서 반드시 포함하려고 했던 것이 글쓰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생각했던 것 만큼 많이 이야기해주지는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아, 여기에라도 다시 써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전공이 무엇이건간에 "제대로 된 박사가 되려면" 글쓰기를 좋아해야 합니다. 이건 성향 같은 걸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에 해당합니다. 글쓰기를 못 하는 박사는 경쟁력이 없고, 박사의 핵심 가치중 하나가 결여된 사람입니다.

 

논문은 교수님이 써 주는 것이라고 트레이닝 받은 분들이 계시다면 그 생각을 하루빨리 고쳐야 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그걸 토대로 다시 가설을 재정비하고, 결과를 내고, 결론을 내어 논문을 출판하는 과정은 모두 글쓰기를 토대로 합니다. 말로 해서 아는 것과 그걸 글로 생산해내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습니다. 지식과 지혜는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본인의 것이 되었다 말할 수 있는데, 박사는 나의 연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능력 또한 있어야 합니다. 은둔 고수 같은 건 무협지에나 나오는 환상이고, 근현대 및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학자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모두 글쓰기에 능했으며, 말하기 또한 능숙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학자는 반드시 글쓰기에 능해야 합니다. 박사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글쓰기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 박사과정을 진행해감에 따라 글쓰기 능력이 늘어야 합니다.

 

반드시 위대하고 예쁜, 아름다운 글을 써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그러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영어도, 한글도, 쓸 수록 늘게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영어로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한글로라도 글을 쓰는 것을 습관화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어가 서툰 것이 아닌 다음에야, 영어로 글을 잘 쓰려면 일단 한글로 글을 잘 써야 합니다. 한글로 글을 잘 못 쓰는데 영어로 잘 쓰는 경우는 단언컨대 없습니다. 글쓰기는 용어 사용 이전에 흐름과 논리구조를 짜는 능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마이클 폴라니는 "우리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암묵지의 정의이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행동과 생각에 지속적으로 양방향 피드백을 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주장입니다. 암묵지를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사를 하는 우리에게는 이 암묵지와 명시지를 제대로 실체화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글쓰기를 좋든 싫든 무조건 해야 하며, 꾸준히 해야 하며, 종국에는 즐길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생각을 정리해주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합니다. 내 머릿속에 뒤엉켜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토해내는 과정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던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암묵지를 체화된 지식에서 실체적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입니다. 

 

때로는 이것이 고통스러운 작업일 수 있습니다. 다만 동시에 어떤 형태로든 '결과' 가 남는 작업입니다. 그 결과를 다시 보고 검토하면서 지속적으로 이 결과를 향상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글쓰기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오늘, 지금 당장 시작합시다. 길지 않아도 됩니다. 두세줄부터 시작해서 결국 책 한권이 되는겁니다. 박사 논문이 될 지, 아니면 네이쳐나 사이언스에 나갈 글이 될 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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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계열 학/석 후 국가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셨던 분.

 

UT Austin CAEE 박사과정 풀펀딩 + 4년 추가장학금 오퍼를 받으셨습니다.

 

본래 다른 꿈을 꾸셨던 분인데, 삶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소 다른 길을 걸어가고자 연구를 선택하셨고, 이 새로운 선택에서도 꾸준함과 근성을 가지고 좋은 성과를 내셨습니다. 박사 합격이 전혀 놀랍지 않은 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오스틴에서의 앞날에 행운과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이 분을 포함하여 서울대학교 출신을 세 분 정도 유학컨설팅을 해 드렸습니다. 모두 다 좋은 결과를 얻으셨고, 좋은 학교에서 박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이 분들의 공통된 특징은, 

 

1) 겸손하다-> 항상 내 위에 누군가 더 뛰어난 자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2) 비전과 목표가 확고하며, 그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핑계대지 않으며,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이 걸 가능하게 할까' 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였습니다.

 

이것이 학벌의 중요성입니다. 대학 간판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대학 간판이 여러분에게 부여하는 권력은 이미 10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오늘날에도 학벌이 중시되는 이유는, 좋은 학벌을 얻은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해당 시기에 원하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을 해내기 위해 절제하고 노력하는 법의 정점을 들여다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서의 학벌인 겁니다.

 

저는 10년 전 쯤.....아니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군요. 6호선의 어느 지역에서 영어 수학 과외로 제법 유명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당시의 두 학생이 기억에 남는데, 너무도 확연한 비교라서였습니다. 한 학생은 아예 기초가 없었고, 중학교 수학부터 새로 가르쳐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고2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제게 과외를 요청했고, 현실적으로 많이 늦은 시기였습니다. 인서울도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수학을 제법 잘 하는 친구였는데,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가질 못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자는 성균관대에 진학을 했고, 후자는 2등급으로 올리는 데 성공은 했지만, 재수를 하게 됩니다. 후자도 결과적으로는 한양대에 진학하긴 했지만, 1년이 더 걸렸습니다. 이 결과는 전혀 놀랍지 않았습니다. 전자의 학생은 제가 내는 모든, 다소 과하다 싶은 숙제를 한 번도 빠짐없이 전부 다 해왔고, 어떻게 하면 본인의 수학 실력이 늘 수 있을지를 늘 저에게 상담했으며, 제가 수학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이해하려고 했고, 기본기 자체를 늘리는 것에 대해 집착스러울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반면, 후자는 항상 '이 문제는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닿지 않아요' 에서 끝났습니다. 

 

전자의 학생은 '어떻게 하면 이걸 되게 만들 수 있을까' 를 고민했고, 실천했으며, 후자의 학생은 늘 '안 되는 이유'를 찾고 그로부터 도피했습니다. 이 태도의 차이로부터 이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서울대잖습니까.

 

제 주변엔 서울대 '학부' 를 나온 친구들이 제법 있습니다. 제가 그간 봐온 모든 서울대생의 공통점은,

무서우리만큼 목적의식이 강하고, 이미 스스로 동기부여가 끝나 있는 상태이며, 목표를 이루려 마음먹으면 나머지 것들을 정말 칼같이 절제할 줄 안다는 겁니다. 

 

그러한 결과로서의 학벌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추가적으로 과정을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서울대에는 저런 사람들의 비율이 타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즉, 그 안에서 관계를 맺고 경쟁하는 상대들의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다르다는 데에 또 한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본인의 학벌이 정해져 있으면 그걸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본인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우수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이 글을 읽고 기분이 상하는 데에서 끝나면 안됩니다. 그럼 결국 그 정도의 인간이 되는 겁니다. 비서울대 출신인 만큼, 서울대를 압도할 만큼의 노력을 쏟아부으면 됩니다. 다만 이미 20대를 보낸 방법과 풀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서너배 되는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건 좋든 싫든 여러분이 학계에서 경쟁하고, 또 사회에 나가면 뼈에 사무치게 깨닫게 될 겁니다. 

 

'내 주변에 서울대 나왔어도 바보같은 사람 있다' 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이미 머릿속에 패배의식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제가 컨설팅하는 분들은 대부분이 비서울대입니다. 그들 중에도 이미 서울대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을 만한 비전과 실적을 가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분들은 이 글을 보고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는 분들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저도 비서울대입니다. 고대도 분명 좋은 학벌이지만 서울대와 고대 사이에 메워지기 극도로 힘든 간극이 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더더욱 많이 깨닫게 됩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그리고 더 깊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걸 안 될 이유를 찾고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게 만드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저는 그렇게 노력합니다. 그게 삶을 살아가는 올바른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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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9일의 페이스북 메모 (노트) 로부터 발췌>

 

예전에 페이스북 '노트' 기능을 즐겨 쓰곤 했습니다. 중요한 글은 전부 포스트가 아니라 노트에 써뒀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안 보이더군요. 2020년부로 이 기능을 비활성화해서 이제는 설정에서 다운로드 받아야지만 access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2013년 즈음에 10대, 20대, 30대 버킷리스트를 적어둔 노트가 있었는데, 그걸 보려고 다운받았다가 우연히 제가 한밤중에 컨포컬 찍는 암실에서 절규하듯이 작성한 글을 보게 됐네요. 석사 졸업을 앞두고 고통받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제 막 연구자의 길에 들어서는 여러분에게도 다소 참고가 될 만한 글인 듯 하여 공유합니다.

 

 

 

 

<초보 연구자의 고난과 즐거움에 대하여: 페이스북 노트 원제- Excitement on Research/Study>

(주: 이때는 저도 영어를 드럽게 못 할 때라.... 끔찍한 문장입니다 ㅋㅋㅋㅋ)

 

1. 누구나 대학원에 입학할 때, '나는 다르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입학한다. 내 연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가 될 것이라는, 쉽사리 입 밖에 낼 수 없는, 그런 야망을 의식의 저 바닥에 조심스레 깔고, 그렇게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내가 하고 싶었던 연구는 프로젝트를 따라가다보면 산으로 가 있고, 내가 원하던 그림은 황소였으나 도출된 결과는 사자의 머리에 코끼리의 다리, 황소의 발과 기린의 몸, 고양이의 꼬리를 가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게 마련이다.   

 

좌절하게 된다. 난 지금 무얼 하고 있나, 결국 나도 똑같은 건가.   그러나 자세 문제다.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걱정을 하는지. 중요하지가 않다. 걱정한다고 나아질 미래가 있다면 왜 실패자가 있고 패배자가 있나. 중요한 건 자세다.   

 

걱정해봤자 바뀌는 게 없다면 행동을 하면 된다. 사실 우리 모두는 해답을 대충은 알고 있다. 어렴풋하게, 희미하게. 하지만 그 해답을 실행하기에는 좀 두렵고, 귀찮고, 괴롭고 힘들 것이기에 쉽사리 행동하지 못하고, 안락한 삶을 대충대충 누리며 살기 위해 눈 앞의 문을 닫곤 한다.        

 

 

2. 니체가 그랬다. 초인은 고난을 견뎌내는 것에서 나아가 고난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나는 다르겠지'를 이루려면 초인이 되면 된다. 안락한 삶을 경계하고, 스스로를 계속 벼랑 끝으로 몰아, 항상 정신을 깨워 두라.           

 

 

3. 연구와 공부를 업으로 삼는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기에, 이 길을 선택한 이상은 본인의 선택을 믿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밤을 새워 논문을 읽으면서, 실험을 하면서, 보고서를 쓰면서.   각 구절을 따고, 데이터를 모으고. 내 연구를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더 멋지게 만들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며. 내 연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학회에 가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열과 성을 다해 답변하고. 밤을 새서 얻은 데이터에 열광하라.   

 

망한 결과를 내치지 않고 자식처럼 소중히 품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를 밤낮으로 고민하자. 누군가 시켜서가 아닌, 정말 내 연구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행동들.   그것이 학문과 연구의 즐거움. 그 본질이다.          

 

 

==

 

 

허세가 잔뜩 묻어 쓴 글입니다마는, 결국 제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깨어 경계하라" 입니다. 어차피 연구자의 삶은 순탄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피할 수 없다면, 이 고난은 어쨌거나 나를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즐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서장훈 씨의 말마따나 온전히 즐기는건 사실 거의 불가능합니다만, 그러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싹트는 본인의 철학과 감정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덧 여러분은 조금씩 그 '무언가' 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겁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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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간혹 박사가 무엇인지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질문을 더 하면서 생각이 성장하도록 도와드립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목적이 없는 분들의 경우는 정중히 다시 생각해보시길 권하는 편입니다.

 

박사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연구와 학술 진흥에 대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춘 자, 그리고 업적이 있는 자에 대해 교육기관이 수여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학위, 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 입니다.

 

그러나 유학을 가려는 여러분이라면, 이 '박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전적 의미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박사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고 우리가 걸핏하면 해대는 소리는 '독립적인 연구자' 가 되고 싶어서라는 겁니다. 틀린 얘기 아닙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됩니다. 왜냐구요?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는 길이 박사 말고도 무진장 많기 때문입니다.

 

연구하는 경험을 하고싶다면 그냥 연구소에 다니면 됩니다. 미국 유학을 나올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연구 환경은 비슷합니다. 오히려 한국이 더 좋은 장비나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니면 미국의 학교에 연구원이나 테크니션으로 지원해도 됩니다. 굳이 박사가 아니어도 됩니다. 여기서 아마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라고 태클을 걸고 싶은 분이 나타날겁니다. 그렇겠죠?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닐겁니다. 그럼 무슨 얘길 하고 싶은가요?

 

입으로 직접 내뱉어 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여러분은 어떤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라는 말은 하지 맙시다. 말로 할 수 있을때까지 본인이 스스로 생각을 갈고 닦아야 하며, 연습해야 합니다.

 

왜냐면

 

박사는 결국 사고력과 이해력, 말과 글쓰기의 트레이닝이자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데 그 가치를 시작도 하기 전부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놓아버린다면, 박사를 하면 안 됩니다. (박사 타이틀만 갖고 싶은 사람은 제외입니다. 그리고 이게 틀린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 분은 이 블로그를 굳이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모르니까 이제 배우려고 박사를 하려는건데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아닙니다.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박사를 할 재목은 정해져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공적으로 제대로 박사를 할 수 있는 사람' 은 박사를 지원하기 전부터 준비가 되어 있는 인재여야 합니다.

 

공부와 연구도 재능입니다. 유전이고, 타고나는겁니다. 그저 '오 미국박사가 좋아보여요' 라는 환상에 젖어 유학을 가려 한다면- 단 한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부자면 됩니다. 노펀딩 박사로 가면 됩니다. 이 경우, 박사과정은 완벽한 도피처이자 낙원보다 더 한 천국이 됩니다. 반어법이 아니고 진심입니다. 돈과 미래 걱정이 없는 박사과정은 신선과 준하는 편안함과 미국이라는 환경이 주는 신선함이 어우러져 여러분의 삶을 굉장히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이걸 원하는 게 아닐테니, 여러분은 반드시 왜 박사를 하려 하는가, 그리고 왜 미국에서 하려 하는가에 대해 합당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합당한 답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구요? 아뇨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본인이 면접관이라고 생각하고 본인을 스스로 면접해보세요. 교수님 입장에서 본인이 준비한 답안이

 

1) 명확하고 차별화가 되어있는지

2) 박사라는 타이틀 자체에 걸맞는지

3) 연구에 대해 이해하고있는지

4) 뽑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인지

 

를 체크해보세요.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 이야기해보세요. 선배들에게도 부탁드려봅시다.

 

그런데 이 방법을 제가 알려드려서 이제서야 '아 그렇게 해보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박사를 제대로 할 재목들은 굳이 이 글을 보지 않아도 이미 그렇게들 하고 있고, 혹은 이 고민이 필요없을 정도로 이미 확연하고 명확한 이유와 동기를 가지고 있어요. 본인의 가치관과 동기가 본인의 내면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구글링을 통해서 형성하고 있다면 (참고를 하는 건 괜찮은데, build-up을 구글링을 통해 하고있다면 박사 하는걸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행위가 참고인지 build-up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박사 재목이 이미 아닌겁니다) 그만큼 엄청나게 뒤떨어진 상태에서 시작하는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박사는 사고력을 기르는 apprenticeship 입니다. 타이틀이 바뀐다고 누구나 다 박사로서 기능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박사가 무엇인지, 왜 미국인지에 대해 제대로 스스로 답할 수 있을때까지, 자문해보길 권장합니다. 박사는 4년 이상의 큰 투자이기 때문에, 20대와 30대를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사를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때론 박사 외의 다른 길을 찾다가 진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스스로, 깊이 고민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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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원의 펀딩 종류는 대체로 4가지 정도가 있는데, Research Assistantship, Teaching Assistantship, Fellowship, Scholarship 정도라 하겠다. 나는 당초 받았던 오퍼가 Research Assistantship이었는데, 이제 5년이 지나기도 했고, 몸담고 있는 랩에 펀딩이 바닥나는 중이라 TA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와서 신나게(?) 하고 있다. 학과 졸업 requirement에 TA 1회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어있기도 해서 이차저차 하는 중인데, 이번학기는 TA도 아니고 Pre-doc Instructor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TA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의 업무프레셔를 겪는 중이다. 

 

 

원래 다른 교수양반이 하던 수업인데, 이게 문제가 이양반이 수업자료를 제대로 안 넘겨줘서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두어달만에 수업을 새로 디자인하고 자료도 다 만들어야 했다. 아니 현재진행형이다. 어쨌든 쿼터가 지나가는 중이니까.

1학년 engineering pre-major 학부생들 수업인데, 장단이 너무 명확하다. 장점은 내가 그동안 공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과 insight들을 내 식대로 풀어내서 가르치고, 피드백을 받고 소통할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본래 어떤 개념을 설명해주거나, 구체화시키고 가르치는 데에 재능이 있었어서 이번 기회를 나름 즐겁게, 그러나 고통스럽게 이용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 중에 가장 괴로운 것은- grading이다.

내 밑에서 일하는 TA가 4명인데, 얘내는 Lab 세션을 맡고 있고, 이들도 매주 50편 가량의 그레이딩을 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그레이딩을 맡기기엔 너무 미안하다. 그러나 나는 본업이 lecturer가 아니라 박사과정이기 때문에, 내 연구도 해야 되므로..... 결국 밀리고야 말았다. 지금 새벽 5시인데 겨우 Assignment 2 그레이딩 끝내고, 100편 넘게 남은 위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일 강의자료도 만들어야 하는데 갈 길이 멀다.

Besides, 강의를 해 보는 건 그럼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분명히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강의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그리고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기싸움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언제 물러서줘야 하는가. 그들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가 (소위 말하는 요즘 것들에 대하여), 또 이 세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 내가 가진 교육적 철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고, 더불어 실제로 교수가 된다면, 교수가 아니라도 미국에서 미국인들을 가르치게 된다면, 그리고 그런 꿈을 가지고 있다면 티칭은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이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것이지만 정말 잘 따라오는 학생 서너명만 있으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다행히도 정말 맘에 드는 학생들이 몇 명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조언을 구하러 오는 친구들인데 기꺼이 내가 시간을 할애하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조언을 해 주는 편이다. 다만 정말 조심스럽게 되는 것이, 그들이 직접 판단하기 전에 내가 어떤 스테레오타입을 심어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하여 최대한 fair하게, bias 없이 이야기해주고, 그들이 판단하도록 열어두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내 의견이 필요한 경우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해준다. 물론 객관적이라 함은 팩트를 기반으로 다소 냉정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학생들이 항상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실이 어떤지를 미리 알려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희망적인 말로만 학생들을 꽃밭에 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러분에게 티칭의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경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러분의 흥미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네트워킹을 할 기회도 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나는 그들에게서 여러 가지 공학적 솔루션의 창의적 영감을 얻을 기회가 많아서 더더욱이 이 수업을 즐기는 듯 싶다. 나중에 종강하고 나면 따로 유튜브로 만들어서 공유해보고자 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RA가 제일 좋다. 이대로는 연구하고 실험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펀딩이 있고 RA가 보장되는 한, 그 시간을 간혹 free salary 로 여기는 분들이 있을텐데, 절대로 그러지 않길 바란다. 그 시간이 엄밀히 말하면 여러분이 온전히 연구와 실험에 집중할 수 있는 정말 황금같은 기회다. 나중에 연구실 펀딩이 떨어져서 TA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때부턴 정말 연구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

 

현명한 사람은 기회를 소화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기회가 지나간 다음에야 그것이 기회였음을 안다. 유학까지 나가려는 분들이, 그리고 유학 나올만큼 열심히 살았던 분들이 그런 실수를 범할 확률은 낮지만, 간혹 유학을 나왔으니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경계하라는 뜻에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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