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마다 다 다른 특성, 성격,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첫번째는 문헌조사입니다. 논문과 학회지를 끊임없이 읽어내야 하는데, 이 방향이 큰 줄기에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번째는 과거를 향하는 방향성입니다. 내가 하고있는 연구와 연관된 주제들의 근원을 찾아가면서 거꾸로 추론해가는 겁니다. 어떤 사건들이 있었고, 어떤 역사적인 발견이나 발명이 있었고. 이 '사건'에는 참고로 학문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 사건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 즉 학자들과 정부사람들 등의 주변인들간의 실제적 인간관계를 포함됩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때 수많은 논문을 읽는데, 어떤 논문에서 제시되는 결과의 방향이나 방법론들을 '얼마나 믿느냐' 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연구를 해보신/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게 무슨 소린지 아마 눈치채셨을 겁니다.
이 '실제적 인간관계'를 되짚어 갈 때, 비로소 어떤 논문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의 지표가 서게 됩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 중 가장 잘못된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라는 이미지인데,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미국에서 몇년 살았는데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면, 아직 그 레벨까지 도달하지 못한겁니다. 본인이 사는 곳만 정의로울 것이라는 것 자체가 편협한 사고방식의 반증이겠지요.
따라서 어떤 특정 주제에서 조금 더 넓은 카테고리의 논문을 과거로 방향을 돌려서 읽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그 분야 연구자들 (교수급) 이 쓴 리뷰논문이나 dedication 같은 류의 글들이 있다면 반드시 여러 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이것은 실험을 하는 행위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두번째는 당연히 현재에서 미래로의 방향입니다.
여기에는 노력보다 재능이 좀 더 중요한데,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어떤 '예측'을 어릴때부터 작은 규모에서 중규모 대규모에 이르기까지 잘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볼 때, 특별한 노력 없이도 이 현상의 전후관계와 주변현상까지 한 번에 파악하고, 그 흐름에서 다음 단계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즉, '영감' 의 차이입니다. 예시를 하나 들자면 어떤 반짝거리는 불빛들로 장식된 거리가 있다면, 이 부류의 소위 재능어*들은 여기서 장식된 패턴과 점멸의 패턴을 봅니다. 그리고 어떤 타입의 전구가 사용되었는지, 다른 타입의 전구들이 몇 퍼센트로 분포하는지, 더 심하면 나아가 여기에 사용되는 전력량과 운영비까지도 생각하는데, 이걸 뭔가 애를 써서 '이걸 생각해야돼!' 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런게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흘러들어오는겁니다. 실화입니다 참고로. 그냥 한 번 슬쩍 보면 알아서 그런 생각들이 떠오른다는군요. 이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데 어이가 없을 정도의 능력을 보입니다.
어차피 타고난 것들은 다 불공평하고, 그것을 평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존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앉아서 나의 없는 재능을 한탄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저기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이 바로 빅저널의 연구논문과 리뷰, 그리고 트렌드, 숏페이퍼 등을 꾸준히 읽는겁니다. 거기서 대가들의, 그리고 선두주자들의 사고하는 방향과 방법을 조금씩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통해 뇌를 훈련시킬 수 있고, 그를 통해서 어느 정도 저 재능어들을 추격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노력하는 범인은 노력하는 천재를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그걸 먼저 인정하는 것이 성장하는 조건인데, 이를 인정한다고 해서 내 세상이 무너지는 일은 없습니다. 단지 마음이 쓰릴 뿐이겠지요.
그러나 모든 비난과 탓은 나를 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발전하고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 탓, 나라 탓, 정부 탓, 남 탓, 학계 시스템 탓 백날 해봐야 변하는 건 없고 패배감만 늘어갑니다. 그 시간에 나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개선시키는 데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이 두 번째를 착실히 해내어 박사과정 동안 그 눈을 가지게 될 수 있다면, 앞으로 연구든 뭐든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예비 연구자분들, 그리고 현직 연구자분들, 박사과정들, 대학원생들의 건투를 빕니다.
*: ~러 는 두음법칙에 맞지 않으므로 나는 ㄹ 받침이 아닌이상 러를 쓰지 않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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