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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으러 나가는 길에. @UW William H. Foege Building

2019년은 여러모로 많은 고통이 따르는 해인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지나보내고 싶은데, 문제는 아직도 6주 가량이 남아있어서 약간의 두려움마저도 느껴진다. 설마 더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겠나 싶지만, 원래 뜻대로 쉽게 풀리는 일이라는 건 잘 없는 법이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두 번째 시험을 쳐야 한다. 처음 이 사실을 마주하면서는 나름 담담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타격이 컸는지, 그 때부터 뭔가에 대한 판단력이 많이 흐려졌다. 되는 일이 없다 느껴지고, 그 와중에 마주한 몇 가지 인간관계의 붕괴는 자괴감마저 불러왔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처음으로 '술을 먹고 싶다' 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실제로 정말 오랜만에 주량 이상의 맥주를 마셨다. 나이가 먹어간다는 증거이려나, 스트레스를 술로 풀어볼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마셨던 술은 그 어떤 때보다도 달았고, 시원했다. 처음으로 QFC에서 내 돈 주고 맥주를 사 봤고, 처음으로 혼술을 해 봤다. 물론 이번에는 기분이 썩 좋지도 않았고, 다시 머리가 아팠다.

 

뭐,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그래도 있는 덕택인지, 조금씩 멘탈이 돌아가고 있었고. 다시 기타를 잡았고, 다시 실험을 했고. 오랜만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재밌게 발표할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터진 친구의 네이쳐 소식은 오랜만에 내 전의를 다시 불태웠고, 인생 플랜을 다시금 확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드디어 다시 궤도로 돌아가는 느낌이었고, 의지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 그래서 오늘, Graduate Program Advisor를 만났고, 내 첫 시험에 대한 공식 코멘트를 확인했다. 물론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늘 두려운 법이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으니까. 

결과는 생각 이상이기도 이하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점을 확인했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험은 3월에 칠 생각이다. 그 때까지 PI와 의논했던 것을 마무리하고,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을 기른다면,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 때까지는 그저 시험에 집중하고, 그 외에 대한 것은 내려놓고 생각하려고 한다. 그저 눈을 열어두고, 큐를 던질 힘만 남겨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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