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 보면 간혹 박사가 무엇인지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질문을 더 하면서 생각이 성장하도록 도와드립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목적이 없는 분들의 경우는 정중히 다시 생각해보시길 권하는 편입니다.
박사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연구와 학술 진흥에 대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춘 자, 그리고 업적이 있는 자에 대해 교육기관이 수여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학위, 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 입니다.
그러나 유학을 가려는 여러분이라면, 이 '박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전적 의미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박사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고 우리가 걸핏하면 해대는 소리는 '독립적인 연구자' 가 되고 싶어서라는 겁니다. 틀린 얘기 아닙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됩니다. 왜냐구요?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는 길이 박사 말고도 무진장 많기 때문입니다.
연구하는 경험을 하고싶다면 그냥 연구소에 다니면 됩니다. 미국 유학을 나올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연구 환경은 비슷합니다. 오히려 한국이 더 좋은 장비나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니면 미국의 학교에 연구원이나 테크니션으로 지원해도 됩니다. 굳이 박사가 아니어도 됩니다. 여기서 아마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라고 태클을 걸고 싶은 분이 나타날겁니다. 그렇겠죠?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닐겁니다. 그럼 무슨 얘길 하고 싶은가요?
입으로 직접 내뱉어 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여러분은 어떤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라는 말은 하지 맙시다. 말로 할 수 있을때까지 본인이 스스로 생각을 갈고 닦아야 하며, 연습해야 합니다.
왜냐면
박사는 결국 사고력과 이해력, 말과 글쓰기의 트레이닝이자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데 그 가치를 시작도 하기 전부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놓아버린다면, 박사를 하면 안 됩니다. (박사 타이틀만 갖고 싶은 사람은 제외입니다. 그리고 이게 틀린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 분은 이 블로그를 굳이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모르니까 이제 배우려고 박사를 하려는건데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아닙니다.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박사를 할 재목은 정해져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공적으로 제대로 박사를 할 수 있는 사람' 은 박사를 지원하기 전부터 준비가 되어 있는 인재여야 합니다.
공부와 연구도 재능입니다. 유전이고, 타고나는겁니다. 그저 '오 미국박사가 좋아보여요' 라는 환상에 젖어 유학을 가려 한다면- 단 한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부자면 됩니다. 노펀딩 박사로 가면 됩니다. 이 경우, 박사과정은 완벽한 도피처이자 낙원보다 더 한 천국이 됩니다. 반어법이 아니고 진심입니다. 돈과 미래 걱정이 없는 박사과정은 신선과 준하는 편안함과 미국이라는 환경이 주는 신선함이 어우러져 여러분의 삶을 굉장히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이걸 원하는 게 아닐테니, 여러분은 반드시 왜 박사를 하려 하는가, 그리고 왜 미국에서 하려 하는가에 대해 합당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합당한 답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구요? 아뇨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본인이 면접관이라고 생각하고 본인을 스스로 면접해보세요. 교수님 입장에서 본인이 준비한 답안이
1) 명확하고 차별화가 되어있는지
2) 박사라는 타이틀 자체에 걸맞는지
3) 연구에 대해 이해하고있는지
4) 뽑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인지
를 체크해보세요.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 이야기해보세요. 선배들에게도 부탁드려봅시다.
그런데 이 방법을 제가 알려드려서 이제서야 '아 그렇게 해보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박사를 제대로 할 재목들은 굳이 이 글을 보지 않아도 이미 그렇게들 하고 있고, 혹은 이 고민이 필요없을 정도로 이미 확연하고 명확한 이유와 동기를 가지고 있어요. 본인의 가치관과 동기가 본인의 내면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구글링을 통해서 형성하고 있다면 (참고를 하는 건 괜찮은데, build-up을 구글링을 통해 하고있다면 박사 하는걸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행위가 참고인지 build-up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박사 재목이 이미 아닌겁니다) 그만큼 엄청나게 뒤떨어진 상태에서 시작하는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박사는 사고력을 기르는 apprenticeship 입니다. 타이틀이 바뀐다고 누구나 다 박사로서 기능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박사가 무엇인지, 왜 미국인지에 대해 제대로 스스로 답할 수 있을때까지, 자문해보길 권장합니다. 박사는 4년 이상의 큰 투자이기 때문에, 20대와 30대를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사를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때론 박사 외의 다른 길을 찾다가 진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스스로, 깊이 고민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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