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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드디어 (!) 차를 구매했다. 박사과정 3년차를 시작할 무렵에 퀄 통과하고 나면 사야지 했었는데, 팬데믹의 여파로 모든 계획이 망해버리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결국 뭐,, 5년차가 되어서야 구매하게 되었는데 이 여정이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단순했기에 한 번 공유해보자 한다.

 

2013 SONATA 2.4L GLS. 개인적으로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는 매물을 구매하고 싶었다만. 그건 다음 차 구매할 때에..

박사과정 유학을 나오는 분들께, 반드시 차를 가급적 빨리 사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은 이해한다. 다만 유학을 나오면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일텐데, 이 때의 라이프스타일은 자동차의 유무가 엄청나게 큰 차이를 가져온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은 더할 나위 없이 큰 차이다. 간혹 '저는 대도시에 살아서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괜찮아요' 라는 분들이 계신데, 그게 참고로 나 자신의 경우였고, 지금와서는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을 크게 후회한다. 랩/오피스/학교랑 걸어서 5분거리인데요? 라는 분들, 차는 출퇴근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석사과정을 하던 때에, 대학생 시절 과외해서 번 돈 중 일부를 떼어 (500만원이었나...) 아반떼 XD 후기모델을 구매했었다 (HD 나오기 바로 전인가 전전년도 모델....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미 당시에 8년인가 지난 차였고, 2000년대 초중반의 자동차 기술력은 지금만큼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하게 그렇게 팬시하고 좋은 차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가 미국유학을 나오기 전까지 4년 가까이 내 발이 되어주었고, 지금도 그 차에게 굉장히 감사한다. 석사과정 월급이 30만원이 채 못 되었었는데, 기름값 내고 어쩌고 하면 정말 굶어죽을만큼의 생활을 했지만, 그럼에도 멘탈면에서는 제법 건강한 시간을 보냈었다. 한밤중에 실험하다가도 힘들면 차를 몰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고 싶은 곳을 맘대로 어느 때나 갈 수 있었다는 것이 그렇게 큰 장점이라는 것을, 그 당시에 너무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서울을 수없이 왕복했고, 전국 어지간한 곳을 다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렇게 4년동안 큰 고장 없이, 큰 수리비 지출 없이, 6만 km 정도를 타고 200만원 정도에 지인에게 넘겼었던 기억이 있다.

 

아반떼 XD의 센터페시아. 블루투스가 없었기 때문에 카잭을 통해서 블루투스를 달았었고, 자주 듣는 것들은 시디를 구워서 가지고 다녔다. 허허허.

 

나름 그래도 차를 공부한답시고 이 차를 어지간히도 뜯어댔다. 이건 아마 내가 가장 처음으로 뭔가를 혼자 했을 때의 사진인 것 같은데, 미등을 LED로 갈았었다. 나중에 그게 위법이라는 걸 알고 원래대로 돌리긴 했지만.

박사과정은 길고 긴 호흡의 마라톤이다. 이 기간동안 멘탈이 박살나지 않으려면, 최대한 당신의 멘탈을 지킬 수 있는 refreshment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게 혹자는 돈낭비라고 할 텐데, 차를 가진다는것이 단순히 돈을 낭비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나는 감히 당신이 아직 어려서라고 꼰대같은 소리를 하겠다. 주말에 10~20분이면 차로 갈 수 있는 근교를, 차가 없으면 아예 갈 수 없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1시간을 걸려서 가야 한다. 더불어 내 뜻대로 출발하고 싶을 때 출발할 수 없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올 수 없다. 대중교통 혹은 라이드를 주는 사람의 스케쥴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내가 한동안 차 없이 살다가 급발진해서 차를 사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어떤 파티나 이벤트를 가면, 대부분 밤 늦게 되어서 끝나게 된다. 내 경우는 ~5인 정도의 스몰그룹 hangout이 많은 편인데, 분명 어느 순간 힘들어서 집에 가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소셜/네트워킹을 하려면 그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고 미리 말해두겠다. 그런 괴로운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멘탈이 박살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스트레스는 순간순간 작은 것들이 쌓이다보면 어느새 컨트롤을 잃게 되는 법이다. 어느 순간, 불안감에 잠 못 이루고, 정체모를 괴로움에 일상이 망가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박사과정은 그렇다.

 

당신은 24/7/365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럴거면 차라리 한국에서 박사를 해야 한다. 미국을 나오는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공통적으로는 '더 넓은 세상과 시야' 를 위해 나온다. 이 큰 땅덩어리를 explore하면서 얻게 되는 시각과 관점이 존재하는데, 당신이 앞으로 짧게는 4년, 길게는 6~7년 거주하게 될 곳의 근교를 모두 다 경험해보려면, 반드시 차가 필요하다. 

 

사이드로 이야기를 하자면, 데이팅을 포함한 모든 social interaction에서 반드시 이점을 가지게 된다. 이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미국은 개인이 보다 더 independent하네 뭐네 어쩌네 해도 사람사람간 역학관계는 만국 공통이다. 아, 그렇다고 셔틀이 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되면 양쪽에서 다 망하게 된다.

 

어쨌든,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것은, 당신의 박사과정을 보다 더 순탄케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석사과정이어도 마찬가지다. 지금 머무는 그 곳을 2년동안 최대한 많이 탐구하려면, 아무래도 차가 필수다.

 

그럼 이제 아주 원론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재정에 관한 것인데.

 

지금 중고차 가격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하더라도, 새 차는 받는데 보통 1년이 걸린다. 그럼 어쨌거나 중고차를 사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돈이 부족하다면 굳이 천만원 이천만원 하는 차를 살 필요가 없다. 물론 비싼 차는 그 값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이동 수단' 으로서의 자동차이지 플렉스를 하라고 구매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1~2년여 가량의 크레딧 스코어를 쌓았다면, 로컬 딜러쉽과 연계된 third party financial company 를 활용하여 한번에 목돈을 많이 쏟아붓지 않고도 차를 가질 수 있다. F1 비자홀더에게도 수입 (RA or TA) 만 증명이 되면 파이낸싱 (대출) 을 해주는 곳이 제법 있다. 물론 이자가 좀 있긴 하지만, 유학생 신분에서 그 액수보다 더 중요한게 "당신의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이다. 50세가 되면 아마 당신은 벤츠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지금만큼 에너지가 없어서 차가 별로 의미가 없다. 지금 이자를 조금 세게 (내 경우는 APR 8퍼센트였다) 내더라도 그냥 사서 미친듯이 경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당신의 시야가 넓어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capacity는 나이가 먹을수록 작아져가고, 체력도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한다 한들 기본 베이스는 점점 깎여간다.

 

미국에 나와서 지내는 20대/30대의 지금에 투자해야 한다.

 

5천불짜리 좀 오래된 차여도 괜찮다. 연식 같은 거 너무 따지지 말고 뭐 10년쯤 된 차라면 (대체로 일본차가 좋긴 하다) 구매해서 열심히 굴리는 것이 상책이다. 

 

cargurus 라는 사이트를 추천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오래간 헌팅을 했고,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서 구매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파이낸싱 및 여러가지를 한 번에 시도해볼 수 있다. 구매기 및 정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https://www.cargur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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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 글이 당신의 박사과정을 보다 더 풍부하고 값지게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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