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국뽕을 쳐먹을 걸 쳐먹어야지' 라 할 수 있겠는데, 희망적 관측을 하는데도 정도가 있다.

 

반도체가 되었던 어떤 실험이 되었던간에, 정의상으로는 같은 소재를 쓴다고 해도 조건이 바뀐다. 그 조건을 잡는 데 얼마가 걸릴 지 모르니 문제인거다. 실험 좀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 내가 MEMS 하던 시절에도 별 놈의 요소로 인해서 조건 잡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현재 우리 나라 반도체 수준은 그보다는 몇십 몇백단계 더 세밀하고 미세한 공정일텐데. 

 

이건 이를테면 프랑스에서 사온 물을 쓰건 한국에서 정제한 물을 쓰건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묻는 수준일 수 있는데, 절대 다르다. 공정 실험이나 제품 제작에 쓰이는 소재는 같은 물건이라도 정제법, 제조법에 따라서 미세한 차이에서 크게는 제법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원래 하던 대로의 product가 그대로는 안 나온다.

 

'타격은 있겠지만' 정도의 말을 쓰기에는 아주 부적합한, 재앙이다. 자국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내 기업을 살리는 계기가 되긴 될 거다.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으니까 문제지. 반도체 공장이 하루만 안 돌아가도 손해가 어마어마한데, 며칠 몇 주 몇 달이 안 돌아간다고 생각해보자. 피해는 상상조차도 못 할 수준일 것이다.

 

일본? 자충수인건 맞다. 근데 일본이 자충수를 둬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크게 데미지를 입는 건 자명한 일이다.

 

친일이니 반일이니 이딴 게 아니다. 나는 일본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다만, 과학과 기술은 냉정하게 판단해야지 거기에 국뽕이 끼면 안 된다.

 

삼성에 다니는 친구의 말을 빌려 마무리하겠다.

 

- 일본? X 된거 맞지. 문제는 우리나라가 XXXXXXXXXXXXXXXX 된거지. 기술력 있어도 크게 타격입을텐데 이 마당에 기술력도 없으니.

 

그래서 오늘의 교훈은, 자극적인 소재를 빌어 클릭수를 노리는, 반일 애국의 탈을 쓴 기사에 농락당하고 선동당하지 말자. 차라리 주변의 대학원생의 말을 들어라.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은 미리미리 자급자족이 가능한 형태로 소재 등을 바꿔나가면 좋겠다. 특히 소재나 정밀공정이 필요한 산업에서 해외 제품 의존도가 높다는 건, 바꿔 말하면 그 제품이 discontinue되면 큰일난다는 뜻이고, 한편으로는 그 제품을 파는 회사가 가격으로 갑질해도 휘둘릴 수 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올 초의 GORE의 수술용 인공혈관 이슈 때에도 대차게 겪었던 바 있다.

+ Recent posts (mouse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