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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내가 학부와 석사를 한국에서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장점은,

도서관이 크다는 것이었다.

 

아주 어릴 적 부터 온갖 종류의 책을 끼고 살았던 나로서는, 고등학생 때에도 동네 시립도서관을 주말마다 드나들었고. 다행히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도 작은 규모지만 도서관이 있어서 책에 대한 갈증이 많이 해소되었었다.

 

다만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를 하면서는 확실히 연구/실험때문에 독서량이 많이 줄었고, 연구소를 다니면서 유학준비를 하던 시절에는 거의 못 하다시피 했지만, 그럼에도 뭔가를 읽고 그를 소화하고 글을 쓰는 것 만큼은 여러모로 꾸준히 해 왔다.

코로나 이후로 쓴 일기/잡설들이 담긴 노트들이다

그런 내게 미국에서 박사를 하며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여기서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직접 한국 책을 사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워싱턴대 도서관에도 한국어로 된 책이 제법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일단 검색 리소스가 영 좋지 않아서 사실상 무용지물이고 (아니라면 누가 좀 알려주십쇼....제발). 그래서 어떻게든 책을 구해보고 별 짓을 다 했지만 정말로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사면 배송비가 책값만큼 나오고....뭐 그 다음에 따라붙을 말들은 말 안 해도 알겠지.

 

그렇게 한동안 책을 못 읽고 (영어로 된 짧은/작은 책 들을 사봤지만, 역시 절반 이상 읽을수가 없었다. 이건 독서를 통해 힐링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일'을 하는 느낌이라) 살다가 결국 방법을 몇 가지 찾은 것 같다.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한다.

 

1. 시립/국립/공립도서관 정회원 등록.

 

내가 한국에서 거주하는 지역은 공공통합도서관? 이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전자도서관이 굉장히 잘 시스템화되어 있다. 여기에 직접 가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등록을 하거나, 혹은 가족 구성원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들고 가서 대신 정회원등록을 해주면 전자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불행히도 킨들에서 손쉽게 사용하는 것은 안 되는 것 같고 (이것저것 손을 많이 대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그러느니 그냥 한국에서 크레마인가? 그 전자책 리더를 사는 게 낫겠다. 이것도 나이 든 사인인가 싶구만),  일단 있는대로 아이패드 미니를 전자책 대용으로 쓰고 있다. 도서관이라고 해서 뭐 별다른 게 아니고, 도서관들마다 교보나 예스, 알라딘 등의 어플과 연동이 되기 때문에 애플기기도 다 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요즘 이런 어플은 전부 text-to-speech (TTS)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운전하거나 실험할 때 passive reading 차원에서 한 번 읽었던 책들은 틀어놓기도 한다.

 

2. 밀리의 서재 활용하기.

 

밀리의 서재라는 구독형 서비스가 있다. 한 달에 12,000원을 내면 아마도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access할 수 있는 모양이다. 요즘의 20~30대가 얼마나 책을 읽는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확실한 이득이다. 여기도 TTS를 지원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병행해서 쓰고 있다. 밀리의 서재에 없는 책은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없는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 그리고 둘 다 없으면 그냥 알라딘이나 교보에서 전자책을 사고 만다.

 

 

 

솔직하게, 나는 종이책을 더 선호한다. 논문도 죄다 뽑아서 형광펜으로 표시해가며 봐야 머릿속에 들어온다. 그러나, 책처럼 돈이 들어가는 문제는 좀 다르다. 한국 방문하면 들고올 게 워낙 많아서 책을 가져오기에는 무리가 있고, 집에서 풍족하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아닌 이상 책값으로 한달에 몇십만원 (배송비를 잊지말라.....) 을 소비하긴 어렵다. 그러면 어쩔 수 없다. 전자책에 익숙해질 밖에.

 

그간 사용하던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가 너무 무겁기도 하고 이래저래 거추장스러워서, 최근에 아이패드 미니 6세대를 전자수첩 삼아 한 대 더 구입했다. 헌데 의외로 쓸모가 굉장히 많다. 256기가를 사서 메인머신으로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전자책은 일반 종이책에 비해 통상 20% 가량 저렴하고, 무엇보다 배송비를 안 들여도 되기 때문에.. 유학생에게는 아마도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듣자하니 LA에는 한인책방이 많다던데,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예전에 시애틀에도 한인책방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슬프다.

 

어쨌든,

책 많이 읽읍시다 여러분. 박사과정 때 만큼 치열하게 살 때가 없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식을 풍부하게 소화할 수 있는 시절도 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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