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준비 포스트를 본래는 9월까지 마무리지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네요.
8월에 뉴욕, 9월에 한국을 길게 다녀오는 바람에, 그리고 다녀와서는 쉬느라고 팽개쳐놨던 연구 및 기타 등등이 몰아닥치는 바람에 각잡고 글 쓸만한 시간이 굉장히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잡설이나 생활기 위주로 포스팅했는데....
정식 넘버링 포스팅이 아직은 무리인 것 같고, 그래서 실험하다가 대기시간에 생각나는대로 끄적인 글들을 옮겨 적어볼까 합니다. 때마침 지금은 토요일 밤이고, 마지막 실험이 끝나기 전까지 두 시간의 잉여시간이 남아 있네요. 참된 연구자라면 이 시간에 논문을 읽어야 하겠지만, 저는 지금 연이은 밤샘으로 멘탈이 피폐해진 관계로, 글을 쓰면서 멘탈을 회복하려고 합니다!
일반적이거나, 혹은 case-specific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1. 최근의 이야기
- 유덥 모 과에서 석사를 마친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학부, 석사도 다 유덥에서 했고, 박사과정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죠. 케이스가 조금 다르긴 합니다- 이 친구는 미국인입니다. 따라서 박사과정 지원시에 international track이 아닌 domestic track으로 지원하게 되니까 좀 더 어드밴티지가 있습니다. 요건 밑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 석사를 마치고 석사 때 일했던 랩에서 착취 아닌 착취를 당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사실 그 랩 초창기부터 학부연구생 신분으로 연구를 계속했던 터라, 랩의 모든 기술이나 설비 오퍼레이션 등을 전부 다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교수님 입장에서는 이 친구를 데리고 있고 싶었을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교수님은 석사가 끝나고 이 친구를 쓰려면 research scientist로 정식 고용하여 샐러리를 지급해야 하는데, 1년 넘게 무급 노동을 강요했습니다. 이유가 아주아주아주 명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모두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 친구가 학점이 썩 좋지 않아 박사 지원에 어려움을 겪자, 박사로 뽑아주겠다는 걸 빌미로 지속적인 무급 노동을 강요했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개인적인 일에도 꾸준히 활용했던 걸 보면, 한국의 대학원 문화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 뭐 여튼, 그 친구가 그렇게 힘든 날을 보내던 중에, 우리 입장에서는 이 친구가 참 안타깝고 안타까웠습니다. 아무래도 오래 있던 랩을 대차게 끊어내고 나오지도 못하고.... 그렇지만 이 친구를 살려줘야겠다 싶어서 다른 교수와 컨택을 하라고 종용했습니다.
돈도 안 주고, 뽑아줄 지 말지도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잡고 무료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곳에 계속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젊으니까 괜찮다' 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런 소리는 개나 줘버려야 합니다. 그딴 건 도대체 누가 정한답니까. 각자의 시간에는 각자의 가치가 있는거지, 노땅들이 젊은 친구들에게 '허비해도 괜찮은 젊은 날' 이라는 기준을 만들어주는 건 정말이지 악랄한 짓입니다.
여하튼, 학과에 새로 오신 유망한 스탠포드 출신의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 분에게 컨택하기를 추천했습니다만, 이 친구가 착하다 못해 약간은 (?) 소심한 터라, 쉽게 모르는 교수님께 그런 부탁드리는 게 내키지 않는다더군요. 물론 우리는 그런 거 없이 무조건 만나보고 뽑아달라고 부탁드리라고 밀어붙였고, 이 친구는 마침내 그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사실 이 친구는 굉장히 똑똑하고 뛰어난 친구입니다. 여느 석사학위 소지자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필드에서도 뛰어 보았고, 해당 분야의 지식도 풍부하며, 실험에 대한 경험도 많아서 그 어떤 교수님도 탐낼만한 학생이었습니다. 다만 학점이 좀.... 안 좋아서 그동안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새 교수님을 만났을 그 당시가 이 친구가 유덥에 박사과정 지원서를 세번째...였나. 제출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었을 겁니다. 만난 바로 다음날, 이 친구는 어드미션 레터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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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서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요?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이렇게 많이 지원하는데 하나는 되겠지' 입니다. 심지어 '30위권이나 40위권 정도 학교는 설마 안떨어지겠지' 인데. 물론 학부 학벌이 한양대 이상에 논문도 몇 편 들고 있고, 학점도 평균 A 이상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제발 꿈도 꾸지 마세요. 제 주변에 답답한 후배님들이 너무 많습니다.
부시대통령 때 부터 이공계 예산에 칼질을 무자비하게 해대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과학계가 퇴보하지 않고 잘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의 위상이 가장 높은 나라는 (실질적인 거나 분야별 이딴거 차치하고) 미국입니다. 이 말인즉슨, 세계 온갖 인재들이 학, 석, 박, 그리고 포닥을 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 미국이라는 말입니다. 더불어, 심지어 대학원생들이 자국에서 장학금 받아서 돈싸들고 와서 연구하겠다고 공부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 더욱이 '포닥'은 엄연히 연구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포닥조차도 본인 돈을 싸들고 와서 일해주고 가는 경우가 많죠. 특히 요즘은 자력으로 포닥 나오기 정말 힘듭니다.
말인즉슨 여러분이 미국 국적 소지자가 아니라면 international track에서 경쟁해야되는데, 거기에 한국만 있는 게 아니라는겁니다.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솔직히 한국 과학 수준이 저 나라들보다 높다고 하는 건 가슴에 손을 얹고 차마 못 할 말일 겁니다.
저런 나라에서 애들이 심지어 돈싸들고 옵니다.
그들과, 맨손인 여러분이 붙으면 어떨 것 같습니까?.... 여러분 상상에 맡기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컨택을 해야 합니다. 컨택은 물론 '선택' 사항이지만, 필수인 선택사항입니다. 반드시 해야 되는 겁니다. 지원 전/후 장학금과 마찬가지로요.
전에도 포스팅한 바가 있지만, 실적과 모든 것이 비슷한 학생 a와 b가 있다고 합시다.
a는 그냥 원서만 넣은 상태이고, b는 원서 넣기 전에 이미 본인이 검색해둔 관심 있는 교수님 몇 분께 '올해에 지원할 것이다' 라는 걸 알리고, 이력서 및 참고서류를 보내어 자기를 적극적으로 어필해둔 상황입니다. 더불어, 지원하고 나서도 '원서를 넣었다. 관심 있으시면 한 번 확인해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등의 연락을 드렸다고 합시다.
스펙상으로는 a와 b 둘 다 동일한 결과를 얻어야겠지만, 만약 남은 자리가 한 자리뿐이라면, 혹은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는 교수라면 (적극성을 평가절하하거나 컨택하는 애들을 마이너스 점수를 줘버리는 교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a는 떨어지고 b 가 붙게 됩니다.
컨택 메일 보내면 '우리 과는 사전 컨택을 열어두지 않았고, 과에서 스크리닝한다. 뽑히고 나면 그 때 얘기해보자' 라는 답장을 종종 받으실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이건 '너에게 관심이 없다' 입니다. 아무리 사전컨택 금지고 나발이고 얘기해도, 진짜 본인이 뽑으려고 맘먹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뽑습니다. 저희 과가 아주 좋은 예지요. 저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과의 다른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을 때는 저도 똑같은 답변을 받았으니까요.
그러니까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때 까지 죽어라 컨택해야되는겁니다. 긍정적인 메일을 받았어도 나중에 딴소리하는 교수님도 있는데요 뭘.
모든 학교의 지원하는 과에 있는 모든 관심있는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세요. 이건 무조건 억셉률을 높이는 필수사항입니다.
메일을 보내는 타임라인을 알려드리자면,
먼저 보내고, 답장을 기다립니다.
1주일이 지나도 답장이 없으면, 2차 메일을 보냅니다. 보낸 편지함의 편지를 포워딩하면서 아래 내용을 덧붙이면 좋습니다. 더불어 제목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시면 이메일로 문의하세요. 이메일 주소는 kyunghkim87 at gmail dot com 입니다.
(참고: Dear Professor XXX 이런거 99% 필터링당해서 읽지도 않고 바로 스팸함행입니다. 미국 교수님들 하루에 메일 수십통에서 수백통 받습니다. 당연히 필터 적용해둔 교수님들 많아요.)
Hello Dr. Kim,
I just wonder if you read my previous e-mail about PhD application. Once again, my name is David Son, an international PhD applicant for the Material Science PhD program. Here I forward my email that I've sent a week ago. Please let me know.
Thank you.
Best,
David Son
이런식으로 쓰시면 되겠습니다. (메일은 간결하지만 임팩트있게 쓰세요~)
그리고 나서도 결국 답장이 없으면, 같은 과의 다른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도 좋습니다! 타임라인은 위와 동일합니다.
2. 미국인과 외국인 지원자. (domestic and international applicant)
미국 국적을 소지한 사람이 박사과정 지원시에 왜 더 유리하냐면, 현재 미국의 사이언스 / 엔지니어링 버짓이 심각하게 말라붙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교수들이 연구비를 따오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예전과 달리 NIH R01 과제 수주하기가 단독으로는 이제 거의 불가능해졌고, 코웍팀을 꾸려서 지원해도 쉽지가 않은 실정입니다. 이 말은 무엇이냐면, international 학생들에게 학비 및 샐러리를 지원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 포닥에게 연구비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학진에 대해 많이들 들어보셨을겁니다. 포닥은 학생이 아니라서 장학금이 없겠죠. 왜냐면 포닥은 엄연히 연구 노동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샐러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도 안 뽑아주니까 돈을 싸들고 연구'해주러' 가는 경우가 많죠. 학생도 마찬가집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 모두 일주장학재단, 관정 이종환 장학재단, 풀브라이트 등등...많이들 들어보셨을겁니다.
즉, 외국인 지원자는, 교수 입장에서는 (그리고 박사과정이라면) 5년동안 학비, 보험, 그리고 미화 최소 2만4천불 이상의 연봉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겁니다. 대충 1년에 저 하나에게 들어가는 돈이 8만불 가까이 (혹은 그 이상) 되는걸로 압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미국인' 박사과정이나 석사과정을 위한 아주아주 다양한 장학금이나 펠로우쉽이 많아요. 대표적인 예가 NSF Fellowship입니다. 5년동안 학생 1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전액 커버해줍니다. 그리고, 하이랭크 학교의 대학원생들은 어지간하면 따더군요.
말인즉슨 미국인 박사과정은 일단 받아서 1~2년만 지원해주면, 그 동안 어떻게든 NSF를 따내니까, 학생을 서포트하는 부분에 대해서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 국적을 지닌' 지원자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 밖에 없겠죠. 미국에 유학나오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이유가 여기에도 크게 기인합니다.
자 아시겠습니까. 이제 컨택이 왜 필요한지.
질문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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