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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나와 생활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미국에서 대학생들이 학부의 전공을 정하는 방법과, 한국의 대부분의 대학이 전공을 정하는 방법은 판이하게 다르다. 아마 온전히 미국의 방식을 따르는 학교가 한국에 카이스트 외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포항공대는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미국 대학에서 기본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전공 선택 방법은, '자유전공' 이다. 한국처럼 자율전공학부를 따로 개설해놓은 게 아니고, 자유전공 자체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3학년? 즈음에 진입할 때, 본인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모든 학생이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점에 따라서도, 그리고 그 외에 잡다한 요소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입학시부터 전공을 특정하여 입학하는 트랙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최소한, 이들은 본인이 어떤 전공을 원하는지를 대학 '현장' 자체에서 겪고 고민해본 적이 한 번 이상은 된다. 


한국에서는, 현재 대학들이 많이 자유전공학부를 채용하여 운영하고는 있지만, 이 미국식의 시스템이 '베이직'인 곳은 카이스트가 유일한 것 같다.


각설하고,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학부를 마치고 석사든 박사든 대학원을 진학할 때, 무조건 동일전공으로 가야 된다는 법이 없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나 또한 그 중 하나이고. 이에 대한 우려를 많이 했었다. 물론 아직 박사를 마친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선택이 추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잘 모르겠다. 근본 없는 놈이 될 수도 있고, 화공도 생공도 아닌 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 연구 혹은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다.


Interdisciplinary 의 연구풍조가 전파되어 적용되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department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그 이유가 있다. 이는 바로 그 과에서 하는 연구의 근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화공과에 있을 때에는, 물론 바이오를 하는 연구실에 있긴 했지만, 바이오 자체를 ‘모델’ 이나 ‘툴’ 로서 접근하여 연구에 적용했고, 그 생물학적 현상이나 이론 자체에 깊이 관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에 치중하는 연구실이 존재할 수도 있으나, 일단 화공과 다수의 랩은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생물학적인 요소보다는 화공학적인 요소를 훨씬 더 많이 다루는 연구가 주였다. 


반면, 현재 연구를 하고 있는 Department of Bioengineering 의 경우는, 학과를 구성하는 교수님들의 전공이 굉장히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해나가는 주제들 자체가 생물학적인 요소를 끼고 연구를 해나가고 있다. 즉, 어떤 생물학적 시스템 안에서 작용하는 현상이나 요소들, 그리고 그에 관여하는 물질 등을 끼고 연구를 한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학부 때 선택했던 전공과,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면, 대학원을 지원하는 시점에서 학과 변경을 고려해보는 것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에 뚜렷한 비전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대학에서의 공부 자체를 들어본 적도 경험해본 적도 없을 것이고, 오로지 제한된 정보와 학과 이름만이 제공될 뿐이다. 만일 운이 좋아서 친인척 혹은 가까운 지인 중에 연구직이나 교수직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나은 관점을 제시해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대부분 그렇지 않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헤쳐 나온 상황에서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한다면, 이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 주변을 보면 화공을 하다가 컴퓨터 사이언스로 진학한 케이스도 있다.


또한 크게 변화를 꾀한 아니지만, 화공에서 벗어나 오로지 생공으로 옮겨온 케이스이기도 하고. 친구의 경우는 자의는 아니었지만 화공에서 학석을 마치고 화학과로 박사를 진학하기도 했다.


다만 시점에서 주의해야 하는 점은, 학교의 qualifying exam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느냐를 알아봐야 한다. 화학과로 박사를 갔다던 친구는, qual exam 양자역학이 끼어 있어서 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다고 한다. 


경우는 일단 코스웍 따라가는게 생각만큼 녹록치 않았다. 화공생명공학과였던 나의 전공은 일반생물학을 가르치지 않았고, 그랬기 때문에 학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공학 관련 과목을 내가 직접 찾아서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때부터 전공을 생명공학으로 가져온 친구들과는 지식의 깊이가 많이 달랐다. 박사 들어와서 코스웍 듣는데,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단어나 용어들을 나는 전혀 모르겠더라. 생명공학이나 생물학에서 쓰는언어 화공학도였던 내가 받아들이는 데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던 같다.


UW BioE 택했던 이유 하나가, qual exam 지필이 아니고 (written form of R21 proposal 존재하기는 ) 구두발표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도 했다. 내가 받았던 오퍼는 화공, 화학, 생명공학이 섞여 있었는데, 요즘 미국에서는 퀄을 없애는 추세거나, 혹은 있더라도 구두 형식으로 바꾸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나 구두발표 형태를 차용한 학교는 당시까지는 워싱턴대 생명공학과였고, (주의- 같은 학교여도 학과마다 다르다) 당연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쪽으로 진학하는 공헌을 했다 있다.


전공을 바꾸는 매력적인 도전이다. 나는 근본이 없는 놈이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의 전공을 섭렵한 연구자가 수도 있다. 크게 거리가 있는 학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다른 개의 관점에서 연구를 바라볼 있다는 좋은 경험임에 틀림없으며, 나의 시각을 단계 성장시킬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있다.


하지만,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도 반드시 번쯤은 생각해 보자. , 코스웍 등이 분명히 번쯤은 당신의 머리를 때릴 것이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박사과정에서 코스웍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퀄의 고통의 정도만 괜찮다면 도전해볼만 하다.


대학원생은 굉장히 애매하다. 노동자도, 학생도 아니라고 수도 있고, 동시에 맞다고 수도 있다. 스펙대의 industry 에서 일하는 친구들만큼의 수익을 보장받지는 못하며, permanent job이라고 수도 없다- 오히려 중간 단계지. 이런 애매함 속에서 당신의 도전이 가치있으려면, 최소한 하는 연구가 재밌어서 환장할 만큼 매진할 있어야 한다.


전공, 바꿔도 된다. 괜찮다. 어차피 힘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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