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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영어 및 어학 네번째.


아직 학부생이거나, 당장 유학을 목전에 두지 않은 친구들에게.


토종 한국인으로서 접할 수 있는 실전영어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건 정말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 회화학원 백날 다녀도 미국 처음 나오면 어버버한다. 이유인 즉슨 회화 학원에서는 기초적이고 정말 멀쩡한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교과서에 있는 한국말로만 대화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 누가


‘안녕 너는 오늘 무엇을 먹었니’


라고 하겠나. 그냥 '뭐먹었냐' 고 하지.


유덥 와서 알게 된 친구 하나가 언젠가 그랬다.

내 영어는 뭔가 영감 영어 같다고. ~~ 하시오, 하시옵소서, 그렇소 이런 느낌이라고.


이 친구는 미국에서 오래 산 친구니까, 맞겠지 뭐. 근데 이 말을 들으면서 확실히 떠오른 게 뭐냐며는,


우리말도 같은 뜻을 전달할 수 있으나 다른 어감,느낌을, 그리고 말투를 가질 수 있다.

‘난 그래서 영어 숙제를 내일 하기로 했어’

‘본인은 그래서 영어 과제를 내일로 미루기로 하였소’

‘영어 내일할거여’

‘내일’

‘저는 그래서 영어 숙제를 내일 하기로 생각했습니다’


모두 다 같은 말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쓰이는 방법과 표현법이 다른 것이다.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다.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표현도 따로 있고, 무엇보다도 그 ‘어감’ 과 단어의 ‘레벨’ 같은 걸 고려해서 말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뭐 언제 그런거 배운 적 있나. 없지. 학원에서도 가르치는 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학부모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애들? 중고등학생들? 대학생들? 심지어 성인들? 욕할 줄 모르는 사람 없다. 말 줄여서 안 하는 사람 없고, 말 거칠게 할 줄 ‘모르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부모들 입장에서 거친 말, 줄인 말, 욕 등을 가르치길 바라지 않기 때문에, 학원이라는 특성상 정통에 가까운 언어만 가르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아닌 곳이 있으면 죄송. ㅎㅎ 근데 나는 아직까지는 그런곳 못 봤음. 근데 모르겠다. 요즘 강남은 어찌 돌아가는지. 나는 강남 출신이 아니라서. 애당초 사교육을 뒤집어 씌워서 만들어낸 인간도 아니고, 내 힘으로 스스로 영어공부 하면서, 공부한 내용으로 애들도 가르쳐봤고. 그러면서 가르치던 학생들에게서 받은 정보들이다.

더불어, 부모님께서 두분 다 영어에 굉장히 직접적으로 맞닿은 직업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대충은 안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내가 이걸 자각한 게 언제냐면, Korean-American 인 스윙댄서 친구가 하나 있다. 32살이고, Eric이라는 친구인데, 말이 코리안 어메리칸이지 누가봐도 미국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32살까지 한국에 와본 적이 없고 한국말을 써본 적이 없으니까. 배운 적도 없다 심지어 ㅋㅋㅋㅋㅋ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인데, 아버지 은퇴하시고는 부모님 두 분과 가족이 한국으로 들어왔고, 얘는 미국에 남아서 학교도 다니고 직장생활도 하고 했다.


그러다가 부모님 뵈러 한국에 들어올 일이 생겼는데, 그때 내가 운영하던 페이스북 스윙댄스 사진 페이지를 우연히 보고 내게 연락을 해서, 내가 안내해주고 투어시켜줬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한국말을 모르니까 영어로 대화를 해야는데, 절반 정도를 못알아듣겠는거다. 일단 내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표현이 아닌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무슨 얘긴지 알아? 라고 물을 때, 나는 Understand? 아니면 got it? 정도를 예상했는데, 얘는 make sense? 라고 물어보더라고. 이거부터 약간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얘기하면서 그냥 수도 없이 '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듣다보니 아, 이거 미국 나가면 장난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이 친구는 워싱턴 D.C에 있는데, 이제는 전화하고 놀다 보면 얘기하기 한결 수월하다. 당시에 내내 라이드해주고 밥 사주고 했던 게, 오히려 그러면서 나와 어울려 놀아준 그 이틀간이 내가 더 고마운 수준이었다.



잡설이 길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영어는 유학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잘하는걸로는 안 된다. 그냥 일상적으로 여러분이 친구와 뒤섞여 노는 것 만큼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토플 스피킹 몇점 이하는 과락을 만들어놨나 했는데 이게 그럴만 한 게, 대화가 안 되면 답이 없다.


심지어 TA로 학비 및 stipend를 충당해야 되는 학교들도 많은데, (내가 받은 어드미션 중 하나가 저랬기 때문에, 나는 RA로만 full funding을 주는 학교 위주로 고려했었다. 물론 UW BioE가 탑텐이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TA를 하는데 언어가 문제가 된다면....끔찍하다. 콜럼비아에 있는 지인은 불완전한 영어로 TA를 했는데, 학부생들이 단체로 TA가 영어 못한다고 클레임 걸어서 스트레스 엄청 받았다는데.... 자존심도 상할 테고. 어우.


나는 그게 생각보다는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한인들보다는 미국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고, (또 환경이 어쩌다보니 그렇게 만들어지기도 했고) 무슨 말이든 하고, 어떤 주제든 던지고 봤다.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 어려움도 전혀 없지만, 그간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아오.


여튼,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 인터넷의 등장으로 language exchange 같은 게 많은 걸로 안다. 대전에도 DISG인가? 언어교환 소모임이나 동호회 같은 것도 있었다.


명심하자. 미드나 시험처럼 친절한 영어는 미국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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