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점수를 못 맞추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가진 여러분에게.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 중, 분명히 이런 생각을 해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기에 이 심정을 잘 이해한다. 혹자는 ‘영어 점수 안 되더라도 컨택이 잘 되면 뽑아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면서 괜찮지 않겠냐고 물어오곤 한다.
GRE의 경우는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일단 워낙 한국의 교육과는 다른 형태의 시험이라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여러 모로 고민을 많이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문계는 잘 모르겠지만, 이공계는 V 153 / W 3.0 / Q 168 정도만 맞추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공계는 사실 Quant 받는 건 어렵지 않을거고, Writing도 3.0은 사실 연습좀 하다보면 별로 어렵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Verbal이겠지만.. 빡세게 잘 준비하면 150 넘기는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150을 넘기고 나면, 1~3점 정도는 사실 그때부턴 크게 중요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다만 토플이 문제다. 나를 포함한 내 지인들은 특정 영역에서 진짜 죽어라 안 오르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과락에 걸리거나, 총점이 걸리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친 시험이 다행히 모든 점수를 다 충족시켰기 때문에 살았다.
그러면, 그 ‘컷트라인’을 넘기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되느냐? 앞서 말했듯이 ‘영어 점수가 모자라도 컨택으로 잘 풀어나가면 되지 않겠냐’에 대한 해답 (모범 답안은 아니겠지만) 을 이야기해보자.
이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해당 교수의 입지가 굳건하고, 발언권이 강하며, 자기 재량으로 학생 한 명 정도는 직접적으로 뽑을 수 있는 교수가 분명히 존재한다. 혹은, 신임 교수의 경우 본인이 원하는 학생을 재량으로 픽업할 수 있기에 신임 교수 또한 재량으로 뽑는 것이 가능하다. 내가 받은 어드미션 중 한 군데가 그러했다. 토플 점수가 1점 모자랐는데, 교수님께서 내 연구 실적을 보시고, 이미 어드미션 사이클 전부터 메일 및 스카이프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를 정말로 뽑고 싶어 하셨다. 더불어 그 해의 신임 교수님이셔서 가능한 재량이었다.
자, 다른 케이스를 보자.
일단 나는 모든 학교에 다 컨택을 했고, 절반 정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 중에 또 절반에게서 강력한 긍정 의사를 받았고, 그 중 네 군데에서 어드미션을 받았다. (사실 조지아텍 BME에서도 교수님 한 분이 강력하게 뽑아 주시겠다 하였으나, 내가 멍청한 짓을 해서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러나 저 위의 신임 교수님 외에는 모두 다 ‘토플 점수를 맞춰야 될 것 같다. 토플 점수만 맞추면 내가 guarantee 할 수 있다’ 는 답변이었다. 이유인즉슨, 1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admission committee 미팅을 갖는데, (아, 그러고보니 교수님들 모두 다 운좋게 그 해의 admission committee 멤버셨다) 각 멤버들 모두 뽑고자 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는 데 있어 ‘결격 사유’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테이블 위에 누군가의 서류를 올려놓고 심사할 때, ‘만장일치’ 가 나와야 어드미션을 줄 수 있다고 하셨다. 그게 아닌 경우, 다른 교수님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머리를 숙여야 하는데, 그러면서까지 나를 뽑을까? 나는 ‘교수’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그들 간에도 미묘한 선이 있기 때문이다.
뭐 어쨌건, 본론으로 돌아와서 타당한 설명이었다. 나의 경우는 논문 실적, 학회 실적 등을 비추어 볼 때, 충분히 미팅에서 주장할 수 있는 수준인데, 문제는 영어 점수가 부족하니 (당시 4점 부족했었다) 이걸 맞춰야지만 확실하게 뽑을 수 있다고 하셨다. 마지막 토플 시험에서 원하던 영어 점수를 받았고, 나는 성공적으로 어드미션을 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뻔한 이야기이고, 답은 정해져 있다. 한국인의 ‘높은’ 영어 점수와 그에 반비례하는 영어 실력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 대학원계에서 이슈가 되어 온 지 벌써 제법 되었다. 헌데 낮은 점수라면.. 이래저래 excuse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알아두자. 외국인이 장학금 없이 미국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교수들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외국인보다는 미국인을 선호하고 (더불어 미국인에게는 NSF fellowship이라는 아주 좋은 카드가 있으니), 외국인이라도 아무래도 점수가 미달인 사람보다는 점수가 안정적인 사람을 뽑으려 할 것이다. 유학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지인만이 가는 것이 아니고, 여러분이 생판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그들 중에 영어 점수도 좋고 학력도 좋고, 실적조차도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아무튼! 결론은, 불확실성에 걸지 말자. 당신의 또다른 1년은 소중하고, 원서비도 소중하다!
영어 점수는 꼭 맞추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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