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교수님들이 추천서 초안을 학생에게 직접 작성해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사실상 미국 내에서도 종종 있는 일로, 한국의 '문제' 라고 인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수님들의 시간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그걸 따로 시간을 내어서 작성해주신다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원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1. 초안을 써가면 거기서 수정을 안 하고 그대로 제출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치명적인 문제가 없는 다음에야 보통 그대로 제출하십니다. 한 번 읽어보시고, '어 이건 진짜 아닌데' 의 경우가 아닌 이상은 그대로 제출한다고 봐야 합니다. 더 '좋게' 수정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신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나 없나만 검토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초안 자체가 완성본이 된다는 생각으로 쓰셔야 됩니다.
2. 학생이 쓴 티가 나는 초안들이 많습니다.
보통 어떤 특정한 사건을 너무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대놓고 학생이 쓴 추천서 초안임을 어필하는 게 되고, 이 경우는 어드미션 커미티에서 좋은 평을 받기 어렵겠죠. 이건 반드시 피하셔야 됩니다. 예를 들면, 수업을 들었을 때에 특정 프로젝트의 기술적인 부분을 자세히 묘사한다거나, 어떤 개념에 대해서 굉장히 딥하게 들어가는 등의 서술은 보통 제대로 된 추천서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교수 입장에서 보면 그런 디테일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교수는 아무리 인상적인 학생이라도 그 학생의 태도나 이름 정도를 기억합니다. 1년에 교수가 거치는 학생이 몇 명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고, 그게 벌써 몇 년이 쌓여있다고 보면 무슨 얘긴지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3. 제대로 된 커넥션이 있는 교수님을 추천인으로 선발해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냥 단순히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추천서를 부탁하면, 실제로 쓸만한 말이 굉장히 애매합니다. 제가 아주 예전에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하고 나서, 고대 출신 교수님이 같은 과에 한 분 계셨어서 한번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추천서를 부탁드렸었는데, 그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연히 우리 후배니 추천서 써주는건 문제가 안 되지. 근데 그게 자네에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추천서는 아닐 거야. 우리가 실제로 쌓았던 이야기나 경험 같은 게 없다보니, 리얼라이프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없을거란 말이지. 그러니까 정 필요하면 다시 연락해도 돼. 그치만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다른 교수님이나 박사님을 찾아보는게 좋을거야."
이 교수님은 제가 굉장히 존경했던 분이라, 당시에 정확히 이 말뜻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다른 교수님을 찾아 추천서를 받게 되었고, 결론적으로는 이 말이 정말 200% 맞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 경험이 쌓여 있는 교수님들께 가급적이면 추천서를 받는 게 좋습니다.
4. 직장 상사의 경우
일단 본인이 현재 직장인이고, 직장에서 1년 이상 일했다면 """반드시""" 직장 상사의 추천서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직속 상사여도 괜찮지만, 본인보다는 2~3레벨 높은 분께 부탁드릴 수 있으면 그게 좋습니다. 물론 '강력한' 에피소드가 나올 수 있다면 당연히 직속 상사도 좋습니다만, 저도 제가 근무하던 연구소에서 직속 상사보다는 팀장님께 받았습니다. 물론 두 분께서 논의를 통해 굉장히 좋은 추천서를 써 주셨습니다. 어쨌거나, 직장 상사에게 받는다는게 직장을 때려칠거라는 선전포고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가급적 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적으로 무조건 필요합니다. 물론 본인이 실적이 어마어마하고 대단하다면 다른 얘기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현재' 소속으로부터의 추천서가 필요하다는 걸 명심하셔야 됩니다.
더불어, 직장 상사의 경우는 아카데믹한 추천서가 아니라 실무적이고 소셜 스킬에 대한 추천서가 나와야 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초안을 작성하셔야 합니다.
이 외에도, 학생이 작성했다는 티가 많이 나는 추천서 초안의 케이스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추천서가 되기 위한 조건들도 굉장히 많지요. 일반적으로 작성된 추천서와 강력한 추천서는 엄연히 다른 포맷과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천서 관련 추가적인 컨설팅이 필요하시면 메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천서 한 번도 작성 안해본 사람이 괜히 잘 못 작성해서 손해보지 말자구요. 참고로 챗GPT나 다른 AI가 만들어내는 추천서 초안, 혹은 구글에서 검색되는 추천서 초안들은 절대로 좋은 예시가 아닙니다. 모두에게 공개된 초안은 모두에게 공개된 이유가 다 있는 법입니다.
정말 좋고 강력한 추천서는 절대로 공개되지 않습니다.
kimslibrary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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