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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시 유의할 점 두 번째 시리즈입니다.

 

#1.

많은 분들이 컨택을 시도할 때에, 반드시 본인이 정한 분야에만 specific 하게 교수를 리스트업하고 그 분들께만 메일을 보냅니다. 안타깝게도, 여러분이 원하는 연구를 하게 될 가능성은, 특히 미국으로 옮기게 된다는 전제 하에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반드시 내가 관심있어하는 연구 분야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에서 교수 서칭을 해야됩니다. 한 학교 한 학과에서 못해도 4명 이상이 나와야 됩니다. 아예 없는 학과도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 정도의 숫자를 준비해둘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내 전문성? 사실 학부나 석사 수준에서 쌓은 전문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박사 때의 연구가 진짜입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분야를 바꿀 수 있는 정말 마지막 기회입니다. 물론 포닥때도 기회가 있지만, 그 때부터는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정말 쌩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지요.

왜 여러분이 원하는 연구를 못 하냐면, 여러분이 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인은 펠로우쉽을 지원해서 따게 되면, 교수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하에서 본인이 정말 원하는 연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왜냐, 돈 문제에서 교수와 조금 자유로워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그 펠로우쉽을 지원할 자격이 안 되게 됩니다. 왜냐, 외국인이니까요. 따라서 교수가 따온 프로젝트 베이스로 여러분의 할 일이 주어지게 됩니다. 간혹 교수와 케미가 잘 맞아 잘 풀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은 그런 일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2.

이 글을 읽고도 고집을 꺾지 않을 분들이 많을 거라는 건 압니다만, 결국 인생은 그 망할 고집을 얼마나 잘 컨트롤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고집이 아집이 될지, 고집이 신념이 될지는 모르는 겁니다만, 삶에서 자신의 고집이 그동안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았었는지를 잘 돌이켜보면 이해하기 쉬울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말하는 결과는, 한 번 망친 다음에 그걸 백업으로 복구해낸 게 아니라, 1차 시도의 결과를 얘기합니다. 2차 3차에서 복구해내는건 사실 인생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겁니다.

 

#3.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이 학교 밑으로는 차라리 안 가는게 나아

- 이 분야를 못 하게 된다면 차라리 국내에서 하는게 나아

 

그럼 국내에서 하면 됩니다. 대신 여러분은 인생에 한 번 있을법한, 큰 세상에서 학생 신분으로 자유롭게 꿈을 펼쳐볼 기회를 그 '속좁은 식견' 때문에 놓치는 게 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본래, 삶에서 모든 걸 다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사람 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당신의 삶에서는 반드시 trade-off가 존재한다는 걸 명심하고, 그 낭비된 시간에 대한 댓가를 치르며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4.

세상에는 변치 않는 가치라는게 존재한다는 걸 망각하면 안 됩니다. 더 넓은 세상에 나가면, 힘들더라도 여러분이 더 큰 사람이 됩니다.

국내에서 박사 하고 실적 잘 쌓아서 포닥을 좋은 데 가고, 빨리 돌아와서 한국에서 교수를 하겠다. 전형적인 국내 박사 진학자들의 마인드셋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 80% 이상은, 실제로 포닥을 나와서는 후회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박사 때 나올 걸'. 그리고, 한국으로 잘 돌아가지 않게 됩니다. 왜냐, 늦었지만 깨달았거든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천장이 높은 공간, 그리고 넓은 집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가 이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넓은 곳, 큰 곳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유독 더 그런 것을 좇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러한 공간에서 좀 더 큰 창의력과 열정이 나온다는 건 누구나 다 알 겁니다. 그런데, 나의 '불편함' 을 핑계삼아 그런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건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사정이야 누구나 다 있습니다. 구구절절한 사연 없는 인간이 세상에 있을까요. 스스로만 불행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는 순간 삶이 낭떠러지로 떨어질 가능성이 아주 많이 올라갑니다. 

 

 

 

그러니, 괜히 쓸데없는 고집 부리지 말고 다른 분야도 찾아보세요. 여러분이 어느 정도 연구라는 것 맛을 봤다면, 너무 아예 쌩판 다른 (기계 만지던 사람이 미생물 만지는 수준의 트랜지션이 아닌 다음에야) 분야가 아니라면야 이미 어느정도 적응이 가능하고, 또 실적을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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