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으로 지내면서 박사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에, 때마침 풀브라이트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내 슈퍼바이저 박사님 중 한 분이 이런 얘길 해 주신 적이 있다.
- 지금 네가 정리해서 가져온 서로 다른 두 주제의 토픽을 자세히 보면, 첫 번째 토픽과 두 번째 토픽을 각각 정리한 자료를 보면.. 어떤 토픽에 대해 네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공부했는지가 나타난다.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엔 그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블로그에서 문의주시는 분들의 CV나 SOP를 검토하다 보니 이제서야 알겠다. 고민을 많이 한 끝에 나온 글은, 굉장히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다. 더불어 해당 분야/토픽의 전문 용어에 대한 지식의 깊이도 다르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글은, 심지어 어떤 단어를 어떤 의미로 쓰는지조차도 굉장히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적절한 표현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당시 전염병 확산 및 조기진단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고, 박사때 하고 싶은 주제 중 하나로 이것의 연장선상의 연구를 포함시켜서 한 장 짜리 proposal slide를 만들었었는데, 이걸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막 해당 연구를 시작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 내 맘대로 쓴 글은 아래와 같다.
The development of an early detection platform for infectious disease.
이게 1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 한참 정제를 거치고 났을 때의 글은,
Two-track strategies of pandemic & epidemic pathogen capture and early detection
물론 아래의 글도 네이티브가 보기엔 괴상하게 보일거다 아마 ㅋㅋㅋ 그래도, 위의 문장보다는 훨씬 더 나아진 것을 볼 수 있으리라. 당시에 박사님과 함께 관련 논문을 100편도 더 넘게 읽으면서 거의 리뷰 식으로 논문을 하나 더 쓰고도 남을 writing을 했었다. 과제도 썼었고, 동시에 더불어 내가 미국 대학원에 지원한다는 점 때문에 박사님께서 많은 리딩소스를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한 일이다.
pandemic & epidemic pathogen 이라는 말 자체를 초기에는 몰랐다. 그냥 감염/전염병이라 infectious, 더 나가봐야 highly infectious 정도가 한계였다.
해당 분야의 논문을 많이 읽다보면, 그 분야에서 어떤 단어나 상황, 그리고 그 연구 내용을 설명할 때 많이 쓰이는 어구들이나 단어들이 분명히 있다. 더불어 표현들도 '논문'은 정제되고 심플한 표현들이 많기 때문에, 논문을 많이 읽고 패러프레이징 하다 보면 조금씩, 내 머릿속에 있던 개념들이 정리가 되고, 때로는 발전한다.
표현은 고민할수록 발전한다. of, for, in, with를 남발하지 말고. 수동태로만 써야한다는 생각도 버리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또 너무 기초적인 단어만을 사용하지 말자. 이건 한국사람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비롯한 전세계와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아마추어리즘 냄새가 나는 글을 좋게 봐 줄 리 만무하다.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망할 확률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ㅎㅎㅎ
Analysis of concentration of protein in bacteria with genetic modification
(설마 이렇게 쓰는사람 없겠지만)
이런게 아주 좋은 예시인데, 한국식으로 배운 영어의 안 좋은 예시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이걸 바꿔보면
Protein concentration analysis of genetically modified bacteria
또는
Analyzing protein concentration of genetically modified bacteria
뭐 혹자가 보기엔 이것도 허접할거다. 하지만 적어도 위의 of of in with보다는 깔끔하지 않은가.
고민하자 여러분. CV 에 쓸 어구나 본인을 어필할 문구들은 본인이 제일 잘 알아야 한다. 특히 논문 써 봐서 연구경력 있는 분들. 그 연구는 당신이 가장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교신저자보다도 잘 알아야 한다. 논문의 1저자로 (최근 조모양반때문에 이 1저자가 핫한데) 들어간다는 것은, 그 연구의 배경이 되는 연구들도 빠삭하게 알고, 이 연구가 왜 필요한지, 어떤 점에서 특별한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등, 그 연구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민하자 고민. 고민안하고 막 쓴 글은 다 티난다. 무슨 말이냐? 그거 해외대학 교수들한테 보내봐라. 아마추어리즘 티가 팍팍 날거고, 전문성도 없어 보일거다. 논문은 본인이 1저자로 써놓고는 정작 그걸 다시 설명하는 writing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 이래저래 마이너스가 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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