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서는 대학원 유학에 있어, 중요한 평가요소중 하나이다.
지원자의 학문적/비학문적 우수성을 포함한, 주관/객관적인 의견을, 지원자와 직접적 관계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공식 문서로 전달받는 것이 추천서라 할 수 있다.
추천서는 대학 / 학과의 정책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 2~5개 사이에서 정해지는데, 3개를 요구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추천인을 정하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울 수 있다. 아무리 잘 꾸며 쓴다고 해도, 지원자를 정말 잘 알고 오래간 contact를 해온 사람이 쓴 추천서와, 그렇지 않고 그냥 부탁에 의해 형식적으로 (딴에는 공을 들였다고 하지만) 쓴 추천서는 반드시 차이가 난다.
대학의 어드미션 커미티의 눈을 우습게 보지 말자. 그들도 박사학위자이고, 그들 또한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 많은 추천서를 본인과 관계된 누군가에게 받았고, 또한 교수가 되고 나서는 많은 추천서를 써 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 있어,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추천서는 반드시 걸러지게 되어있다.
실제로, 카이스트에 다닐 때, 친분이 있는 어떤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렸던 적이 있는데, 써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 스토리가 실제에 기반하지 않은 경우는 생각보다 위험하다고 말씀해주셨던 적이 있다.
반면, 나를 오래간 잘 알고 길게 소통해왔던 고려대학교의 한 교수님은 내가 추천서를 요청했을 적에 정말 기가 막힌 추천서를 써 주셨다. 물론 최종본은 당연히 내가 보지 못했지만, 교수님께서 이런 식으로 쓰려고 하니 그렇게 알라고 보내주셨던 draft를 보고는, 아 이래서 잘 아는 분, 오래 알고 나를 잘 평가해주실 수 있는 분을 추천인으로 정해야 하는구나 라고 느꼈었다.
따라서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어찌됐든 교수님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잦은 만남을 가지는 것이 좋다. 또한, 학과에서 시행하는 학부 연구인턴이나, 학부연구생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연구활동을 하고, 그에 따라 교수님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부 마치고 바로 유학을 가려는 경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외 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교환학생을 간 학교의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인턴을 하고 거기서 논문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있어, 나는 미국을 강력히 추천한다. 다른 곳도 의미가 있겠지만,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는 경우에는 미국 교수님의 추천서가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국내외에서 저명한 국내 대학 교수님의 추천서도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미국 교수님의 추천서는 '이 학생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넓은 활동 반경과 열정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
따라서, 보통 본인의 추천인을 정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학부 지도교수님
- 형식적인 지도보다는 적극적으로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를 경험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논문이나 학회발표에 이름을 올릴 만큼의 기여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 유학 여부를 알리는 것은 생각보다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유학을 불쾌하게 여기시는 분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연구 환경도 많이 좋아졌고, 수준도 많이 진보하였기 때문에, 교수님에 따라서는 유학보다는 국내에서 대학원 진학하기를 권장하시는 분이 종종 계신다. 그러나, 명심할 점은 국내냐 국외냐는 본인의 인생이 달린 문제이므로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교수님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교수님에게 끌려다니는 인생은 분명 후회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차라리 다른 연구실을, 다른 교수님을 알아볼지언정 본인의 의지를 꺾지는 않길 바란다.
- 따라서, 유학 여부는 처음부터 알려야 한다. 유학 여부를 알리지 않고 연구하다가 갑자기 유학가게 추천서 부탁드린다 하면, 위에 언급한 '유학을 불쾌하게 여기는 교수님'의 경우는 추천서 안 써준다. 그러면 당신은 그냥 시간 낭비한 꼴이 된다. 처음부터 알리고 긍정적으로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
- 교수님께 이 얘기 드리는게 무서우면 유학 못 간다. 앞으로 얼마나 부딪힐 일이 많은데. 무섭다고 미루다가 나중에 추천서 안 써준다는 얘기 듣고 세상 다 잃은 사람처럼 굴지 말고 처음부터 분명히 밝혀라.
1.5. 학부 다른 교수님들
- 본인은 사실 추천서를 받을 만한 교수님들이 몇 분 더 계신다. 실제로 받기도 했고. 학부 시절에 관심 있고 존경하는 교수님들께 종종 한 학기에 한두번씩 꼭 상담을 받았었고, 수업을 들으면서도 잦은 교류를 가졌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나를 기억해 주시고,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다. 더불어, 유학에 관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시는 분도 계셨기 때문에, 이 경우도 중요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보통 이 관계는 수업에서 두각을 보이거나, 교수님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드리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2. 대학원 지도교수님
- 이는 석사를 마치고 박사 유학을 가는 경우에 해당한다. 언급한 대로 유학 여부는 미리 밝히자.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 못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 대신, 석사때 정말정말 잘 해야 한다. 논문도 많이 써야 하고. 교수님과의 관계를 정말 잘 유지하길 바란다. 사실상, 박사유학에 있어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의 추천서는 굉장히 영향력이 큰데, 그 이유는 '나'를 직접 가까이서 2년동안 지도하면서 학문적인 능력과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추천인이기 때문이다. (제발, '우리 지도교수님은 지도도 별로 안 하고 학생들에게 관심도 없어요' 라고 하지 마라. 그걸 끌어내는 게 당신의 능력이다. 원래 그런 교수님들이 분명 있지만, 그런 분들도 '그렇지 않게' 행동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교수님의 흥미를 끄는 제자가 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이 연구에 관심이 없다고? 그럼 거기 가지 말았어야지. 선택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 참고로, 석사를 했다면 어쨌든간에 석사 지도교수의 추천서는 필수이다. '반드시' 라는 건 미국에는 없지만, 누구나 다 당연하게 여기는 걸 빼면, 빼는 만큼 그를 상쇄할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 종종 누군가가 '석사 지도교수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데, 추천인에서 제외시켜도 될까요?' 라고 물어보곤 한다. 대답은 '그래도 되고 그러면 안 되기도 한다' 이다. 상식적으로 석사 지도교수님의 추천서가 필요한 것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니까 물어보는거지 뭐. '가급적이면' 관계 개선을 통해 추천서를 받기를 권장한다.
그게 안 되면 뭐 빼고 써야겠지만 그만큼의 마이너스는 감수해야 한다. 얼만큼 critical하냐고 묻기도 하는데, 듣고 싶은 대답은 '별로 critical 하지 않을 수도 있어' 겠지만, 현실은 그렇진 않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3. 연구소 박사님
- 석사를 마치고 연구소 생활을 하거나, 학사를 마치고 연구소 생활을 하거나, 혹은 인턴십으로 연구소 생활을 하거나 등등이다. 이 또한 연구소에서 직접 본인과 학문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사람이니만큼 중요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교수님을 추천인으로 내세우는 데 비해, 외부 기관에서의 추천서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원자의 활발한 연구 열정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된다. 더불어, 보통 '계약직'으로 일하는 만큼, 일부 교수님들처럼 유학에 부정적으로 반응하실 확률이 아주아주 적다.
4. 직장 상사
- 이 경우는 박사학위를 가지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직무능력과 사회성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다만, 추천서라는 것에 대해 별로 익숙하지 않으실 수 있으니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하고 사전에 꼭 공지하도록 하자.
5. 공동연구 교수님
- 연구를 해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혹여나 공동연구를 통해 논문을 내 본 사람이라면, 공동연구에 참여하여 같이 연구를 하셨던 교수님께 여쭈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위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사항은 '사전에 알림' 이다.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 사전에 알려서 안 되는 건 나중에 알려도 안 된다. 좀 지내면서 설득하거나 혹은 나의 우수성을 보여준 다음에 .... 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보면 되겠다. 열에 아홉은 좋은 결과 못 본다. 학부연구생으로 들어와서 겁나 열심히 일하는 걸 보면, 교수님 입장에서는 아 얘가 우리 연구실에 관심이 정말 있구나. 당연히 진학하겠군... 이러다가 갑자기 유학감 추천서 써주세요 이러면 뒤통수 맞았다, 혹은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추천서를 받은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1. 학부 지도교수님 (대학시절에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인턴 (학부연구생 아님. paid position) 경험 있음. 3학년 때 부터 지속적으로 관계 유지, 및, 석사 재학중에도 종종 연락드리고 찾아뵙곤 했음.)
2. 석사 지도교수님 (이건 너무 당연.....)
3. 학부 시절에 나를 눈여겨 봐 주셨던 교수님 (현재는 한국에 안 계시고 다른 학교에 초청받아서 학과장으로 가 계심. 내가 본 추천서 초안 중 가장 강력한 초안을 보여주셨던 교수님. 맨 위에 볼드체로 언급된 교수님이다.)
4. 석사 마치고 다니던 연구소의 내 부서의 책임연구원 박사님. 나를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셨던 분.
5. 연구소 다닐 때 함께 공동연구했던 타교 교수님 (카이스트 같은 과 박사졸)
6. 석사~연구소에 걸쳐 장장 4년간 공동연구 했었던 카이스트 타과 교수님
이었다.
생각하기 나름이긴 한데, 나로서는 사실상 여기서 빠지면 안 되는 부분이 2,4 이다. 내 '제대로 된' 연구 경력의 시작은 석사였고, 이는 정식 학위과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석사 지도교수님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연구소에서 2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또 다른 연구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직장 상사이자 academic 한 성격을 띤 supervisor인 4번 박사님의 추천서도 필요했다. 이 외에는 교수님들께서 가능하다 해주신 갯수에 맞춰 coordinate 했었다.
추천서를 부탁드리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A. 미리 메일로 나는 누구이고, 유학을 생각하고 있으며, 찾아뵙고 싶다는 점을 알린다.
B.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눈다. 더불어 언제 유학을 지원할 생각인지를 알린다.
C. 그러면 교수님에 따라 '추천서 초안을 써와' '니가 다 써와' '내가 다 써줄게' 등을 말씀해주시는데, 이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D. 몇 개 까지 써주실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이거 중요하다. 교수님들은 대부분 5~8개 선에서 끊는 분들이 계신다. 당신 혼자만 유학을 가는 게 아님을 명심하라)
E. 추천서 작성에 필요한 문서들을 준비한다. 보통은 본인에 대해 상세히 적힌 자기소개서 (SOP가 있으면 이를 드려도 좋다), CV, 가고싶은 학교 리스트, 추천서에서 강조되길 바라는 점 등등을 건네드리면 된다.
F. 각 학교별 데드라인을 리스트로 만들어 알려드린다. 추천서 메일은 미리 보낼 준비를 마치고, 데드라인 2~3주 전에 보내고 지속적으로 리마인드해드리면 좋다.
G. 추천서는 교수님이 알아서 보내시는게 아니고, 본인이 '학교 프로그램별 계정을 만들어서' 거기서 추천서 관련 공식 메일을 각 학교 시스템을 통해 보내야 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학교에 따라, 지원서를 완전히 제출하고 fee 결제까지 마쳐야 추천서 메일이 발송되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미리 체크하길 추천한다.
미국 기준으로 보통 application은 8월 말 경에 오픈한다. 12월~2월에 걸쳐 데드라인이 있으니, account는 미리 다 만들어둬야 한다. 데드라인 닥쳐서 만들고 어쩌고 하려면 죽어난다.
여기까지 추천서. 추후 다시 추천서 관련 추가할 게 있으면 추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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