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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준비 시작하기 3편. '나의 성향'에 대해서 알아보자.


3. 나의 성향이 어떤지.


안 그런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나는 개인적으로는 '나 중심' 적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룰이나 규제 때문에 나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소모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유가 내 모든 것에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였다. 이것은 연애를 하던, 친구를 만나던, 그 어떤 경우에도 나의 자유가 가장 최우선순위다. 심지어 이것은 사회생활에서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내가 싫은 건 싫은 거였다. 최소한의 선만 지키면서 내 시간을 보호하는 것.


더불어 내가 하고 싶다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 대학원 유학에 대한 꿈은 고등학생 때 부터 가져왔었기 때문에, 누가 뭐래도 나는 유학을 가야만 했다. 그 외에도, 학부와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회를 다니면서 친분을 쌓은 교수님들께 들었던 이야기들도 한 몫 했는데, 한국의 연구비 규제나 규모 시스템상 절대로 못 하는 연구들이 있다고. 그런 연구들을 미국에서는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 유학을 꼭 가 보라는 말씀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첫 발을 한국에서 디딘 이유가 있었다.


A. 나는 아주 뛰어난 인재는 아니다. 영재교육을 받거나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공부하고 혼자 도전하고 혼자 극복하면서 살았다. 영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잘 하는 건 아니고. 완벽하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것도 아니다. 다소 게으르고, 무언가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문제를 겪는다.


B. 학점관리 대실패. (3.6/4.5)


C. 학부생때 연구 경력은 있으나, 논문을 못 썼음.


D. 아직 연구가 내 성향에 완전히 맞는지 잘 모름. 왜냐면 학부연구생으로 있을 때 실험과 연구를 다 말아먹어서 흥미를 잘 못 느꼈음.


그러면 보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미국에 아주 운좋게 간다고 해도 망할 게 뻔하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잘 모르는 상태로 가면 시간낭비하다가 망할 확률이 무지 높은 인간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A. 한국에서 제대로 연구를 배워야 한다. 영어 잘 못 하니까 가서 삽질할 가능성이 높다.


B. 학점이 망했으니까 논문을 겁나 써대자. 연구경력으로 미는 수 밖에 없다. (이건 학부때 내가 가깝게 지냈던 교수님들이 하나같이 하셨던 말씀이다).


C. 연구가 나한테 과연 맞는 활동인지도 검증해보자.


D. 사실 에세이 (자소서)에 쓸 연구에 관한 얘기가 전혀 없었다. 관심분야도 명확하지 않았고.... 따라서. 내가 종합적으로 멍청함을 인정하고 카이스트로 갔다.


신의 한 수였다.


정말 좋은 교수님을 만났고, 좋은 연구실 선후배들을 만나서 단기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IF 8점대의 SCI 논문을 1저자로 써냈고, 공저자도 세 편이나 만들었고, 학회발표도 많이 했고, 발표상도 타고 뭐 별거 다 했다.


그리고 연구를 어떻게 하는 지를 몰랐기 때문에, 게으른 나의 특성상 빡센 대학원 문화를 한 번은 겪어서 뒤질만큼 힘들어봐야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거라고 믿었다.


그것도 적중했다.



미국에 와서 느낀건데, 스스로를 잘 컨트롤하지 못하면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처럼 막 시키거나 그러는 게 아니고, 학생이 가만 있으면 정말 가만히 내버려둔다. '너 가만있으면 니 졸업만 늦어지지 뭐. 알아서해라 난 내 일이 더 중요하다' 가 기본적인 마인드라서, 그러다가 그냥 정말 낙동강 오리알되서 짐싸서 한국가는 수가 있다.


스스로가 ACTIVE하다는 강력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문과 연구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외향적이고, 활발해야 한다.


그리고 혼자됨을 즐길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저 모든 것이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첫 발을 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무작정 들이대면 시간과 돈이 사라지고,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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