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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문의를 주시는데, 일단 제가 공지 올린 이후로 오는 신규 문의는 빨라야 2주 후에 답장 예정이니 너무 기다리지 마시고 다른 방법을 찾으시길 권장합니다. 그 전에 받은 문의들은 조금 느려도 답장을 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아직도 SOP 시작을 안 하셨거나 어떻게 쓸까를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네요........참 놀랍습니다. 정말로 유학 생각이 있으신건지, 혹은 유학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시긴 한 건지. SOP가 뭔지 알고 계신지도 의문입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제가 열내봐야 저도 여러분도 손해죠. 사실 망하는건 제가 아니라 여러분인데 말이죠. 그런데, 또 그렇다고 해서 여기까지 찾아오신 분들이 망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간략하게 '제가 생각하는' SOP 가이드라인을 한 번 써 보겠습니다. 나중에 정리해서 다시 써 보겠지만.

 

아, 언제나처럼 따르고 말고는 여러분 자유입니다. 저 책임 안 져요. 그냥 참고만 하시라고 쓰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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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시작 안 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될지도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은 일단 반성부터 하시고... 어쨌든, 가장 쉽고 편한 (그러나 고민할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퀄리티가 썩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브레인스토밍으로 시작합시다.

워드창을 띄우고, 본인이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기억에 남는' 일을 죄다 써 보세요. 사소한것까지 다. 하루종일 붙어서 써 보세요.

그러다 보면 엮을 만한 게 보일겁니다. 본인이 어떤 분야로 지원하느냐에 따라 거기에 관련이 있는 것들이 보일테니, 그들을 따로 빼 보세요. 그리고 그 주제들에 대해 기억나는 걸 더 쓰는겁니다.

그렇게 해서 추리고 추리고 발전시킨 것들을 코어로 해서 써 나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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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일단 SOP를 한국식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하시고 쓰시는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1. 사실의 나열만 엄청 해댄다.

a. To establish my strong background in BBB topic, I audited relevant coursework including A, B, and C. Moreover, I conducted one research project as an undergraduate intern at Professor ASDF's group. My task was to develop something. At the end of my 3rd year, I joined the exchange student program with the University of FFF, and this gave me the experience of handling relevant technologies.

 

-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헷갈리시는 분들- SOP는 사실나열이 아니라 이야기입니다. 아래에도 다시 얘기하겠지만, 뭘 했다 뭘 했다 뭘 했다는 그냥 CV에 쓰시는겁니다. 기본적으로 커미티가 저런 글을 읽었을 때 '우와 얘는 이렇게 여러가지를 했구나'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얘는 하고싶은 말이 뭐지? 정작 본인이 그걸 통해서 어떤 생을 가지게 되었는지 주관이라고는 1도 없구만' 이라고 생각하겠죠.

 

- 여러분. SOP는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만, 이야기입니다. 에세이입니다. 유기적으로 본인의 경험과 가치관을 녹여 내어서, 내가 왜 이 프로그램에 적합한 사람인지, 내게 왜 어드미션을 주어야 되는지를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본인의 포텐셜을 보여주고, 커미티를 설득하는 글이에요.

 

- 본인의 목소리가 담겨야 합니다. 뭘 했는데, 그걸 통해서 내가 어떤 걸 배웠고, 느꼈고, 이게 향후 나의 무언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한데 엮여서 결과적으로 어떤 '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의 스토리가 읽혀야 합니다.

 

 

2. 처음부터 아래의 비슷한 내용의 글을 쓴다

I would like to join the XXX Engineering PhD program at the University of AAA. My research interest is ~~~, and I believe the professor BBB's research area has a good match with my research fit something blah blah. 

 

- SOP는 CV가 아니고, 커버레터도 아닙니다. 이건 사실 컨택 메일 쓰는 수준입니다. 물론 아무리 SOP가 자유 형식이라고 하지만, 본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득도 안 해놓고 처음부터 다짜고자 '나 여기 가고싶고 XXX 교수랑 연구핏 잘 맞음' 이라는 말을 들이밀면 ^^ 저같아도 짜증부터 날 것 같네요. 물론 저런 식으로 시작해서 기가 막히게 반전을 넣어서 쓰시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런 분들이 여길 찾아오셨을 것 같진 않으니, 암튼 이런 식의 전개는 피하세요.

 

- 먼저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설득을 한 후에, '그래서' 나는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싶고, '어떠한 이유로' 이 학교여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교수님들에게 관심이 있다. 의 순서대로 쓰는 겁니다.

 

- 무슨 얘기냐면, 플로우를 줘서 글을 흐름대로 읽는 데에 부자연스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커미티 교수님들이 몇백통의 SOP를 읽을 텐데, 아무래도 안 읽히거나 흐름이 이상한 글을 읽다 보면 좋은 인상을 받기는 힘들겠죠.

 

 

더 많은데, 딱히 기억이 안나니 다음 주제로 넘어갑시다.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더 있습니다.

 

* 선배들 샘플을 보고 나서 비슷하게 쓴다 (형식이 이상해도)

- 유학간 선배들 샘플을 보고 바이블처럼 여기면 안 됩니다. 참고는 해도, 그런데 형식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그 선배의 다른 qualification 을 보세요. SOP를 배제하고 생각해도 '오 이 정도면 훌륭해. 가겠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다른 SOP 샘플들을 구글링을 해 보세요. 그 이상하다 싶은 형식이 많은지, 그렇지 않은지. 물론 분야마다 다를 수 있으니 해당 분야 위주로 구글링을 하길 추천합니다. 선배 한 명한테만 받은 샘플에 의존하면 안 되요. 최소 다섯 개 이상을 가지고 비교분석을 하길 바랍니다.

 

- 내용 비슷하게 따라 쓰지 마세요. 본인이랑 그 선배랑 애당초 같을 수가 없기 때문에, 내용전개를 따라가다보면 본인 목소리나 본인 특장점이 안 나옵니다. 그렇게 표절처럼 쓰여진 SOP는 금방 티가 다 납니다. 힘들어도 본인이 고민해서 써야 되는겁니다. 본인의 이야기니까요.

 

* 지원 학교에 대한 묘사에서

- 글 말미에 '따라서 나는 귀 학교의 어떤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싶다' 의 justification을 쓰게 되어있는데, 흔히들 이렇게 쓴다.

 

: Therefore, I believe the BBB engineering PhD program will be a good start as my first journey to science. The University of FFF has a strong interdisciplinary environment and especially BBB engineering has so many great faculties. The great lectures from such professors will expand my vision to science and engineering, and the great environment to collaborate and excellent facilities will be beneficial to pursue my PhD research.

 

- 뒤집어 생각하면 이건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유니크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요.

- 이걸 어떻게 써야 되냐면, 저라면 이렇게 쓸 것 같아요. 표현은 구리니까 일단 내용만 보십셔.

 

Therefore, my passion for biomaterials led me to apply to the BioE PhD program at the University of Washington. Since UW BioE has a long history of biomaterial research, I believe this is the right place for me to pursue my PhD degree. I know UW has so many great facilities of surface analysis, which is essential to study the biomaterials, and also BioE has good academic environment to develop student's creativity and to expand the knowledge by many biomaterials seminars and educational systems such as UW Biomaterials Day. The NESAC/BIO will be a great support to study biomaterials from diverse perspectives such as materials science, surface chemistry, and surface-protein interaction.

 

무슨 얘길까요.

 

워싱턴대 생명공학과는 기본적으로 Biomaterials 가 전통적으로 강한 학과입니다. 관련 세미나도 일년 내내 거의 매 주 열리고, 여기에 필요한 분석장비 및 인적 재원이 무진장 많습니다. 심지어 Biomaterials Day라는 연례 행사도 열리는데, 외부 유명 연구자를 초빙하여 발표를 듣고 하루종일 토론을 하곤 합니다. 물론 다른 분야도 강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내 관심분야가 어떻고, 그 관심분야 때문에 내가 XXX 학교에 지원한다면, 적어도 그 학교가 그 관심분야에 있어 어떤 환경과 배경, 역사,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구글링도 하고 학교 홈페이지도 뒤지고 랩들도 뒤지고 해야죠 뭐. 인사이트는 본인이 만들어가는겁니다.

 

 

 

가이드라인이라기엔 그냥 '이러면 안 돼' 만 주구장창 쓴 느낌인데, 일단 이러면 안 되는 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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