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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SOP에 대해 다뤄볼 생각이다. 이 주제를 시작하면서 드래프트를 쓰는 시점이 미국 기준 128일 토요일 아침인데, 과연 언제 마무리되서 포스팅될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SOP는 할 이야기가 정말정말 많으면서도, 또 정답이라는게 없는 이야기라서.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고 지루해질 것 같아, 두세편 정도로 나누어 업로드하려고 한다.

 

이 글 전반에 걸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SOP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잘못된 생각과, 또 그를 어떻게 보완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나름대로 유학을 준비한답시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면서 주워들은 것을 토대로 나름의 결론을 내려서 작성한 SOP였는데, 첫 번째 도전에서 올리젝이라는 고배를 마시고 어떤 식으로 재도전을 준비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1. 들어가기 전에.

 

나는 이 자기소개서를 이야기하기에 있어, 여러분이 긴장하기를 바란다. 미국의 학생들이 얼마나 이 에세이 (essay) 에 많은 노력을 투자하는지 여러분은 아직 잘 모를 것이다. ,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나조차도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이들과 생활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들의 자기소개서‘의 작문 능력은 우리 나라의 학생들의 평균적인 능력을 훨씬 웃돈다는 것이다. 혹자는 뭐 얼마나 잘 쓰겠어라고 할 수 있는데, 구글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SOP 샘플들 가지고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 공개된 소스로 돌아다니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정말 high-qualitySOP를 보려면, 직접 미국 탑스쿨 대학원에 입학한 백인들의 SOP를 한 번 참조하기 바란다. 입이 딱 벌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혹은 그에 준하는 교육환경을 겪지 않은) 한국 학생으로서는, 미국 학생들의 스탠다드에 준하는 에세이를 써 내는 것이 정말 어렵다. 한글도 단어나 표현의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듯이, 영어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가까이 하고 살아온 한국 학생이라고 해도 그들이 써내는 에세이의 수준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2. SOP의 정의 및 배경

 

먼저 sop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아주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학문적자기소개서라 할 수 있는데, 이게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운 글인지 감이 오는가.

 

미시간대 화학공학과의 Statement of Purpose에 대한 설명을 보자.

 

Statement about your academic and research background, your career goals, and how Michigan’s graduate program will help you meet your career and educational objectives.

 

나의 학문적, 연구적 배경, 나의 목표, 그리고 미시건대의 graduate program이 어떻게 너의 목표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서술.

굉장히 간략하면서도 파워풀한 지시사항이다. 말이 쉽지, 내가 살아온 모든 날을 여기에 녹여서 어떻게 1~2장의 글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올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살면서 겪은 '학문적'인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시간을 보냈고, 무엇을 이루었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생각들이 어떻게 나로 하여금 graduate program에 지원하게 되었는지. 를 쓰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 심사관이 '나를 뽑고 싶게' 만들기 위해서 설득을 하는 글이다.

 

 

3. 나의 경험담 - 1차 시도 및 탈락

 

타인의 정보를 함부로 남용할 수는 없으니, 나는 내 경험에 근거하여 SOP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먼저 나는, 2016-2017 시즌 지원에서 올리젝을 받았고, 2017-2018 시즌에 합격하여 2017년도 9월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물론, 논문 개수나 영어점수 등 이런저런 부분에서 많은 향상이 있긴 했지만, 동시에 또 한 가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SOP를 통째로 다 뜯어 고쳤었다는 것이다.

 

내가 2015년도까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긁어모은 정보에 의하면, SOP솔직함이 중요하다고 했다. 본인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도, 그것을 완벽하게 보완한 경험이 있으면 그런 식으로 써도 좋다고 했는데, 나는 이 말을 너무 끝까지 다 믿어버렸다. 그게 아니었다.

 

나의 첫 번째 시도에서의 SOP의 프레임은 아래와 같았다.

 

 

 

서론에서는 내가 이 SOP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하는 큰 주제를 담았다. 그 당시의 내 주제는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이 주제로 SOP를 써 내면 분명히 먹힐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주제는, To become a scientist of an engineer, , 과학자가 될 것이냐 아니면 공학자가 될 것이냐였다. 과학자의 정의, 그리고 공학자의 정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연구가 무엇인지, 내가 생각했던 연구와 실전이 어떻게 달랐는지, 그리고 거기서 맛보았던 좌절. 그 좌절을 극복해내고 석사, 연구원 생활에 이르기까지 내가 깨달은 것들, 거기서 오는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어려운 점. (여기에 내가 써냈던 논문이나 연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섞어서 썼다.)

 

글의 서두에서 제시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recap 해 주면서,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메인 줄기로 서술했으며,

나아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일을 토대로 내가 왜 박사과정에 진학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으며, 박사과정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글의 서두에서 가졌던 질문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

마지막으로 왜 내가 귀 학교의 graduate program에 진학하고 싶은지.

 

(optional: 관심있는 연구분야와 관련지어 2~5명의 교수님에 대한 언급을 해도 좋다. Interested Faculty List를 쓰라는 학교도 있고, 그런 지시사항이 없는 학교도 있는데,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 내가 지목한 교수님들이 그 해에 학생을 뽑을 계획이 없거나 여력이 없으면, 내 지원서는 그냥 빠이~ 인 것임. 다른 교수님들이 보고 오 얘 괜찮네하면서 자기 이름 없어도 뽑아갈 거라 생각하면 오산. 예를들어 내가 ABCDE 교수님에 대해 언급했다고 치자. 근데 그들이 다 뽑을 여력이 없다. 근데 F 교수님이 내 지원서를 보고 오~ 할 가능성? 없다고 보는 게 낫다. 나 말고 F 교수님에게 관심있다고 쓴 강력한지원자가 없을까? 모르긴 몰라도 몇십명은 족히 될 것이다. 나한테 관심도 없다는 애 지원서를 뭐하러 들고 있겠나. 이건 실전이다.)

 

 

이렇게 써서 보기좋게 탈락했다

 

후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탈락한 이유는 

 

 

1. 글이 재미가 없다. 사실 과학자냐 공학자냐의 논의는 신선한 소재가 아니고, 그 문제를 글 전반에 걸쳐 이야기할 만한 임팩트도 아니며, 결정적으로 그걸 흡입력 있게 써내질 못했다. 

 

2. 글 전반에 걸쳐 내가 '실패' 한 이야기 비슷한 것에 대해 너무 자주 언급하고 있다. 혹은 나의 '좌절' 에 대한 이야기.

NEGATIVE한 이야기는 많을 필요 없고, 많으면 좋지 않다. 한국의 자소서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비록, 내가 글의 후반부로 가면서 내가 깨달은 것들과, 나의 즐거움, 그리고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서술하긴 했다고 해도, 이미 글 서두에서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제시함으로서 (물론 그것이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글 전체의 분위기를 떨어뜨려 놓았다.

 

3. 너무 typical 하다.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참신하지 못하다. 즉, 그냥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지원자의 평범한 SOP이다. 내가 이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내가 후에 미국 오고 나서 지도해줬던 후배들의 최종 SOP는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내 SOP가 부끄러울 정도로.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내용은 다음 글에서, '나의 바뀐 SOP'에 대해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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