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 두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글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문제점을 발견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최소한 SOP에 대해 여러분이 가졌던 생각을 한 번쯤은 돌아봤길 바란다.
5월달이 되어 올리젝이 확정되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이럴리가 없다거나, 세상이나 뭐 그런 등등의 남탓을 하기엔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다음 지원은 이미 다가오고 있었고, 내가 내 모든 것을 향상시키고 뜯어고칠 시간은 고작 반년 남짓이었다. 논문이나 연구실적 등은 연구소를 다니면서 꾸준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CV도 새로운 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했다.
그러나 문제는 SOP랑 PS였다.
두 번째 지원을 준비하면서, 나는 두 가지를 실행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내 에세이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피어리뷰를 받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내 리뉴얼된 SOP를 검증할 공식적인 수단을 찾는 것이었다.
일단은 내 동기들, 친구들 (both academic and non-academic), 알고 지내던 교수님들 및 박사님들께 SOP의 검토를 부탁드렸다. 다양한 코멘트가 나왔지만, 큰 줄기에서 보면 결론적으로는 비슷한 의견들이었다.
대학원 동기들은
1. 너무 내용이 진부하다. 글 전반에 걸쳐 뭔가 나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려고 쓴 글이라는 것은 잘 알겠으나, ‘집착‘한다는 느낌이 좀 있다. 이게 만약 한국에 내는 자소서였다면 괜찮은 글이 될 수 있겠으나, 미국 스탠다드에서 봤을 때에는 이게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2.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 사람이다가 아닌, 이런 문제를 해결해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에 초점이 맞춰지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문제점 그 자체를 묘사하고 풀어나가는 데에 너무 집중되어 있어 어두운 느낌이 든다.
연구소 박사님들은
1. 뭔지 뭐라 콕 찝어 설명하기 어려운데, 절대로 좋은 글은 아닌 것 같다. 네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겠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무엇인지 파악은 되는데, 이런 식으로 서술하면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나 그 과정이 의미가 있고, 그를 통해서 네가 네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드러나고, 그게 전달력이 없는 건 아닌데, 전반적으로 이 글을 읽었을 때 ‘뽑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좀 부정적인 느낌이 너무 난다.
지도교수님 및 교수님들은
1. 일단 어휘적으로 부족한 느낌의 SOP이다. 미려하거나 화려한 글 까지는 아니더라도, 담백하면서 깔끔한 전달력의 글을 쓰는 게 좋은데, 어휘가 너무 기초적인 것들만 사용이 되어서 그런 느낌을 주기가 어려운 것 같다.
2. 개연성이 약간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고
3. 너의 문제점을 이렇게 내보이는 것은 좋은데,, 이 문제점이 약점이 아닌, 이걸 통해서 어떻게 강점이 되었는지를 서술하면 좋겠다. 단순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서 어떤 결론을 얻었다는 데에서 그치고 있는 것 같다.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거기서 얻은 교훈으로 어떤 advance를 이루고, 혹은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long-term insight가 들어가야 한다.
였다.
충격적이었다. 나는 나름 내 글의 짜임새와 묘사, 서술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돌아온 비판이 너무도 신랄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내 글의 문제점이 이렇게 많았는데, 이걸 지적해줄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에게 정말로 감사한다.
그래서 6월 풀브라이트 지원을 앞두고, 대대적인 SOP 다시쓰기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구조 및 주제를 아예 싸그리 다 갈아엎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진부하되 진부하지 않은‘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 내가 지녔던 ‘문제점‘에 대한 서술 위주로 시작했던 부분을 삭제하고,
- 내가 지녔던 비전과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 그 과정에서 해야 될 것들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구체화를 시켜왔는가
등을 위주로 좀 더 진취적이고 밝은 느낌의 글로 바꾸었다. 바로 앞에서 말한 ‘진부하되 진부하지 않은’ 글을 쓰기로 했다는 점은 미묘하게 들릴 수 있는데, 이 뜻은 아래와 같다.
본인이 연구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연구 경력과 내용에 대해서 서술하게 마련이다. 더불어 그 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점,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타이밍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세련되게 글을 쓰면 좋다.
여기서 진부한 부분은 보통 남들이 다 연구 내용 쓴다는 것이고, 진부하지 않다는 점은, 내가 지닌 특수성과 특이성에 대해 이 연구 내용과 섞어서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상을 주도록 썼다는 것이다.
공학자냐 과학자냐의 논의와 내가 지녔던 문제에 대한 서술로 시작했던 나의 옛 SOP는 완전히 바뀌어서, 과학기술인이 되기를 꿈꿔온 내가 지녔던 비전과 이상으로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지녔던 궁금증과 그를 해결해가는 방법.
실제로 석사 때 학교에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그에 대한 나 스스로의 해석.
졸업 후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면서 얻게 된 새로운 시각과, 그에 따른 나의 연구관/가치관 재정립 및 새로운 비전에 대해.
그리고 이들을 토대로 내린 나의 결론으로 SOP를 마무리지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에 대해서는 차후 ‘지원 전 장학금’ 에 대한 글을 따로 쓰겠지만, 미국 대학원 원서접수와 그 형식과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더불어 미국인 교수님들이 심사하기 때문에, 내 나름의 새로운 SOP 및 나 자신을 시험해보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다. 첫 번째 지원 당시에는 내가 경황이 없어서 (는 핑계고 게을러서 안 한건데, 나는 이걸 나중에 정말 후회했다) 못 했는데, 두 번째 지원을 준비하면서는 반드시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SOP를 들고 풀브라이트에 지원했으며, 보란듯이 면접까지 갈 수 있었다.
최소한, 전의 그 형편없는 SOP에서는 벗어난 셈이어서, 일차적으로는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 3편에서는 이후 어드미션을 받기까지 일어난 일들과, 그에 따른 SOP의 소소한 변화들, 그리고 그 중에 겪은 에피소드 등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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