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심플해지기와 편해지기: 티셔츠와 속옷의 다다익선에 대하여

쉘딘 2020. 5. 29. 16:32
반응형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아닌가?) anyway, 살면서 효율에 대한 생각을 좀 많이 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오늘은 그 중 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일하다가, 머리 좀 식힐 겸. 그리고 때마침 오늘 이 글을 쓰게 만든 물건이 아마존에서 도착했는데, 깜빡하고 집구석에 쳐박아뒀다가 방금 꺼내보고 '역시' 이 물건의 훌륭함에 감탄하던 차라.

 

아무튼, 시작해보자면.

 

대학생 때, 아마도 2학년때였을거다. 과외를 시작하고 나서 드디어 여유롭게 옷이라는 걸 살 수 있게 되었을 때인데, 그간 그 부분에 대해 맺힌 한이 많았기 때문인지 별 놈의 시도를 다 해봤던 것 같다. 그렇게 대강 1년인가를 미친놈처럼 옷을 사제꼈는데, 대부분이 셔츠나 블레이져 같은 옷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난리발광을 하고 나니까, 스타일 자체가 많이 올라갔을 수는 있어도 (그 전에 비해. 왜냐면 그 전이라 칭하는 시절에는 돈이 너무 없어서 천구백원짜리 티셔츠 반팔 긴팔 각각 다섯 장 지마켓에서 사서 일년내내 돌려입었으니...), 오히려 삶의 만족도가 이상하게 되기 시작했다. 아침에 학교를 갈 때나, 놀러 나갈 때나, 언제든 옷을 고르는 시간이 너무 늘어났고, 셔츠는 죄다 한번입고 빨고 다려야 됐고, 블레이져도 내 수준에서는 비싼 걸 사다보니 함부로 막 입지도 못했고 드라이클리닝도 주기적으로 해야 됐기 때문에.. 갑자기 이게 뭔짓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 셔츠를 고집하긴 했는데, 원래부터 셔츠를 워낙 좋아했던 터라.

 

이 시국에 이 얘기 하는게 좀 그렇기는 한데, 그 때 한창 유니클로 붐이 일고 있을 때였다. 2010년대 초니까.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매장에 가 봤는데, 드라이 티셔츠였나 뭐 그런게 있었다. 두 장 사면 만이천원이었던가 그랬던 것 같은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평이 제법 괜찮아서 네이비색을 두 장 사들고 왔던 것 같다. 그리곤 나는 그걸 그 달에 열 장을 사게 된다. 검은색과 네이비색 두 가지로. 그리고 그 때부터 여름에는 청바지에 그 티셔츠만으로 아주 편하게 생활하게 됐다. 나중에 폴로셔츠도 추가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이 스타일을, 별거 아니고 누구나 다 하는거지만, 어쨌든 뭔가 나만의 이름을 붙이고 싶어서 내맘대로 HF룩이라고 부르게 된다. Hassle-Free 룩. 지금은 뭔가 다르게 부르는 용어가 있는 모양이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그때부턴 이게 워크웨어 같은 개념이 되버려서, 더 심플해졌다. 이 착장(?)이 더더욱이 적합해진 것이니깐. 근데 스윙댄스를 시작하면서 다시 옷차림이 난리가 나긴 했지만. 스윙씬이야 뭐, 옷을 고를 가치가 좀 있는 활동들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적어도 아침에 출근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여러 의미로.

 

미국 오고 나서는 좀 더 생각을 많이 해 봐야 됐었는데. 셔츠는 포기하기로 했다. 이유는 1) 미국은 편한 옷차림 + 실용적인 옷차림이 일반적이다. 2) 내가 귀찮다.

 

후드 풀오버를 절대 안 입었었는데. 입게 되더라. 거의 10년만이었던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여름.... 시애틀은 반팔을 입을 수 있는 날이 길어서. 뭐였겠나. 유니클로지. 아 물론 이슈 터지기 전이다. 2017년 2018년에 산거니까 태클은 걸지 말아주시길.

 

U-neck short sleeve t-shirt 라고 (맞나?) 다소 오버사이즈에 두꺼운 반팔인데. 여러모로 이게 괜찮았던 게 뭐냐면 일단 1) 튼튼했고, 2) 빨아도 멀쩡했고, 3) 저렴했고, 4) 살이 쪄서 그걸 가릴만한 오버핏이었다. 장당 15불이었는데, 저런 장점을 가지고 15불이면 입다 버려도 괜찮으니까. 대학생 때 입었던 두장에 만이천원짜리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래도 돈을 벌게 되었다 이거지. 약간 건방져진건가.

 

아무튼 그래서 몇 장을 샀겠나. 뻔하지. 열 장을 샀다. 다섯 장은 라지, 다섯 장은 엑스라지로. 돼지병이 심해져서 점점 더 돼지가 되다보니 큰 옷이 편해졌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젠장. 결국 이 열 장을 아직도 입고 있는데 (사실 고백하자면 M도 하나 샀었는데 못 입게되서 어디 쳐박아뒀다) 이건 내 4월부터 9월까지의 아침 준비시간을 엄청 줄여주게 된다.

 

이런 스타일의 구매에 한 가지 더 추가했던 것은 속옷 구매인데, 이건 석사때 생긴 습관이다. 나는 중학생때부터 오랫동안 입어온 노스페이스 쿨맥스 카라티가 두 장 있는데, 이 때 쿨맥스 류의 의류의 어마어마한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류의 속옷이 보이면 닥치는대로 사들였다. 브랜드 무관. 사이즈는 한둘정도 커도 세일가가 뜨면 무조건. 집에서 입어도 편하고 밖에 나가도 편하다.

 

한 가지 더, 극단적인 편의를 위해서 추가한 속성은, 색깔에 따른 사이즈/용도 구분이다. 하의는 밝은 색이나 패턴은 외출용, 어두운 색은 한사이즈 크게 해서 집에서 편하게 입는 용으로. 상의는 반대로. 이유는, 서랍을 열었을 때 어떤 속옷이 어떤 용도인지를 바로 알 수 있고, 사이즈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까.

 

더불어 속옷 개수가 많으면 뭐가 좋냐면, 빨래를 자주 할 필요가 없다. 속옷 개수가 적고 티셔츠 개수가 적으면 빨래를 자주 해야만 하는데, 거기서 쓰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절약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수건과 양말 또한 많을수록 좋다. 양말은 패션양말로 쓰는 것들을 제외하면, 데일리 양말은 죄다 같은 무늬 같은 색을 사 버린다. 짝 맞추는데 굳이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수건은 적당한 크기 적당한 가격이면 사는데, 수건은 갯수를 계속 늘릴 필요는 없다. 헤지고 못 쓰게 되면 그 때 보충하면 된다.

 

속옷은 하의가 30장 정도 있고, 상의가 20장 정도 있는 것 같다. 요즘도 가끔이지만 구매하니까, 앞으로 계속 늘어나지 싶다. 퇴근해서부터 새 걸 입어서 아침에 벗으니까 하루에 한장에서 두 장 정도, 그러면 대충 한달에 빨래를 두세 번 정도 하면 된다. 

 

대학교 3학년 때에 이러한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보다 더 강한 자신을 갖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던 것은, 몇년 뒤에 알게된 스티브 잡스의 스타일을 보게 되면서였다. 아이폰을 2011년부터 썼는데, 그건 그냥 내가 제일 처음으로 어릴 때 썼던 컴퓨터가 맥이었으니 그걸 계승해보자는 차원에서 쓴거고, 사실 그 때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어서 몰랐는데. 석사 끝나갈 때 즈음 아이패드를 살까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보던 도중에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아이폰을 쓰면서 iOS가 가진 감성 (혹자는 지겨워할 수 있는, 그 놈의 감성 타령....이지만) 에 매료되어 갈 즈음 그 집단을 이끄는 수장의 모습을 보게 되니, 다소 매료되었던 바가 있다. 분명히.

 

그러다가 일본 불매운동 이슈가 터지고 나서. 음. 사고는 싶었지만 그래도 사면 안되지 싶어서 대체재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 알게 된 것이 AAA 티셔츠였다. 어, 사실 알게 된 경로가 요즘 이슈가 된 유튜버의 예전 영상이었는데. 그 얘기도 다음에 한 번 해 봐야겠다. 아, 광고나 협찬 같은 거 아니니 오해마시길 (그런거면 좋겠다 ㅋㅋ). 나중에 자세히 리뷰해보겠지만, 일단 한 번 링크는 남겨봐야지.

 

https://www.amazon.com/gp/product/B01K6PNR26?pf_rd_r=336TQJKH6TP0F39Q8CAP&pf_rd_p=edaba0ee-c2fe-4124-9f5d-b31d6b1bfbee

 

AlStyle Apparel AAA Plain Blank Men's Short Sleeve T-Shirt Style 1301 Crew Tee

AlStyle Apparel AAA Plain Blank Men's Short Sleeve T-Shirt Style 1301 Crew Tee

www.amazon.com

시험삼아 한 장 사 봤다. 성공한다면, 가격이 6~7불 선으로 유니클로의 절반 가격이니 훨씬 더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음... 100점은 아니지만 대충 80점 정도. 조금 더 얇고, 목선은 조금 더 타이트하고. 가격은 싸고. 핏은 조금 아쉽지만 막 접어서 막 입을 수 있으니.

 

그래서 아마도 당분간은 이걸 구매하지 싶다. 아마 한달에 두 장 정도의 페이스로. 왜냐면 이제 슬슬 유니클로 티셔츠들이 맛이 갈 때가 다가오는 것 같으니 말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주저리주저리 써 봤다. 다음번에 시간되면 저 위에서 얘기했던 '그 유튜버' 와, 그리고 이 티셔츠들 리뷰를 한 번 써 볼까도 싶다.